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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의 정석 - 상대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주는 생각 표현의 기술 10
박신영 지음, 박혜영 그림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회사에는 성장차트라는 시스템이 있다.
마치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랑 진로 상담을 하고
어떻게 준비를 해나갈 것인가 플랜을 짰던것과 비슷한 것인데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 그리고 앞으로 맡고 싶은 업무를 위해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나름대로 수치화 해서 기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라면 느낄 수 있는 기획과 보고에 대한 문제는
언제나 나에게도 남겨진 숙제와 같았다. 내 성장차트에 꼭 들어가는게 바로 이 부분이었다.
머릿속에 마구 난잡하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다른 사람 눈에
확 들어오게 만드는 기획력, 그리고 보고의 스킬을 꼭 배우고 싶단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배운다고 해서 배워지는건 아니기에
포기하려던 찰라 ... 보고의 정석이라는 책이 신간으로 나왔다기에 밑져야 본전으로 구입해서 봤다.
만약 당신이 간단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당신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기자단 운영을 맡았을 때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
기획해온 주제만 보면 ' 우와 ' 싶어서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기획방향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지 물어보면
'어버버 ' 하는 친구들 말이다.
그들은 주제는 번듯하지만
사실 그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곤 했는데
결국 본인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몰라서 아니었을까.
내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도 여기에 있었다.
나는 내 생각을 나름대로 일목요연하게/ 눈에 잘 띄게 쓴다고 하지만
결국 이 글을 보는 사람 혹은 이 제안서를 보는 사람은
읽는 입장 아니던가. 나 처럼 쓰는 입장이 아니라
이런 반응을 만날 때면 정말 멘붕이다.
몇일 밤낮을 새서 써간 기획안, 제안서에 대해서 ' 그래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가요? '
라는 대답을 들을때면 맥이 풀리고 당황스럽고 실망스럽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사람이 말을 잘 못알아듣는건가?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싶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든 생각은
내 제안서, 내 기획안을 받아든 사람이 보는 능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단
내가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했던건 아닐까 하는 나름의 성찰이었다.
우리 회사의 특성상 기획관련 내부 세미나도 자주 있고
강의도 자주 듣는 편인데 이 이야기는 우리 회사내부에서도
자주 들었던 이야기이다. ' 보고서 논리를 한 장으로 도식화해보자. '
마치 시험공부하기 전에 목차를 살피며
내가 어떤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하고
그 부분들이 어떻게 연관성이 있는지 파악한 후
머리속에 목차를 그려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더 이해도 빠르고
기억도 잘 되는 것처럼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 ppt 장표에
쓴 내용들을 한 장의 표로 혹은 1장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난 늘 이런게 고민이었다.
같은 제안서라고 하더라도 클라이언트의 특징에 따라
제안배경을 먼저 말해야하는 곳도 있고 제안방향을 먼저 말해야 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그 부분들을 어떻게 시각화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반응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제안서에는 이런 이런 내용을, 보고서엔은 이런 이런 내용을 녹여야 합니다 를 알려주는게 아니라
이런 이런 내용을 제안서에 표현하려고 하는데 표현이 잘 안되죠?
그럼 그 땐 이 도형을 써보는건 어떨까요?
그럴 땐 이 방법을 써보는건 어떨까요?
라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줘서 좋았다.
챕터는 크게 크게 나눠져 있고
각 장들도 꽤 짧게 구성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며 부담감이나
읽기 싫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술술 읽혀서 부담스러울 뿐 ?
도형을 활용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너무 괜찮은 방법이 많아서 책 장에 플래그를 몇개를 붙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혹 까먹을까봐 사진으로도 찍어서 블로그에 기록해야겠단 마음까지 들었다.
회사를 다니지 않더라도
한번쯤 공모전 혹은 학교 발표과제를 만들면서
고민했던 적이 있을 것 같다.
왜 이렇게 내 ppt에는 글만 넘쳐나고
딱 봐도 보기 싫게 완성이 되는걸까.
그건 시각화의 기술이 부족해서 아닐까 싶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도 바로 그런 것들이고.
있는 정보 혹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전달하는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 났거나
혹은 센스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이 책을 보니 시각화의 기술도 어느정도 노력을 하면 늘겠단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달성도 달라지는거고
보는 사람 눈에도 확 들어오는거다보니,
이 책을 읽고 참고될만한 내용을 체크해뒀다가
실제로 사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단순히 그래프만 표현하는 걸로 생각했었지
읽는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그래프가 더 쉽게 읽힐지
고민하는건 많이 안했던 것 같다. 결국 주체를 나로 생각해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주체를 '너'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내 머리속에는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정말 그림으로 쫙 그려지는데
내가 쓴 제안서, 보고서를 본 사람 입장은 어떨까?
정말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머리속에 선명히 그려져서
그 프로젝트를 하고 싶게끔 구미를 당기는가가 중요하지 않을까?
나는 늘 좌측에 있는 형태로 보고를 했다면
우측에 있는 형태로 보고하라고 이 책은 조언한다.
같은 내용임에도 확 와닿는건 역시 우측에 시각화해놓은 정보이다.
내 마음은 늘 그랬다. ' 내가 이걸 쓸 때의 고생을 좀 알아줬으면 '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보고서, 내 제안서를 읽는 사람 입장에선
내 고생은 생각할 겨를도 없고 단순히 이 내용이 머리속에 잘 그려지는가,
잘 기억되는가가 더 중요해보였다.
여태까지 내가 제안서, 보고서를 쓰는 목적을 잘못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번지르르하고 멋진 책들도 좋지만
가끔 이런 실용서를 읽으면서도 충분히 자아성찰(?)이 가능하고
또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그랬다. 내가 보고서를 쓰는 스킬을 배우려고 펼쳤지만
궁극적으로는 내 보고서를 읽었던 클라이언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다시 한번 그들의 마음, 그들의 입장에서 보고서를 써야겠구나 라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자신이 시각화의 기술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면,
내 친구랑 나랑 똑같은 내용으로 ppt를 만들었는데 유독 내 친구 ppt만 눈에 잘 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직장인이 되기 전에 학생 때부터 이런 시각화의 기술을
나만의 시각화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참 좋을 것 같고,
직장인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 책을 보면서
보다 눈에 잘 띄고 한눈에 이해되는 보고서 작성 스킬을 익히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