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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단편전집) ㅣ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199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올초 새해를 맞이하여 무슨 책을 읽은 것인가를 생각했다. 카프카의 <변신>을 선택했다. 솔직히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었다. 변신은 굉장히 실망을 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그레그르>가 어느 날 읽어나 보니 갑자기 벌레 변신되어 있다는 것에 어떤 필연성이나 우연성도 없다. 그리고, 벌레로의 변신은 변신이란 멋있는 말을 쓰기에는 좀 문제가 있는 듯하다.
다음 벌레로서의 그의 삶이다. 반이상을 그냥 허부적 허부적 그의 방을 기어 다니는 생활에 할애하고 있다. 그 생활은 그 자체로도 별 흥미가 없고, 나중에 그 어떤 것과도 이어지지가 않는다. 그가 죽게 되는 그 사건을 보자. 가족은 피폐해진 삶을 이겨나가기 위해서 각자 직장을 갖기 시작하고, 하숙을 친다. 그러던중 우연히 자신의 벌레인 모습을 드레내보이고, 소동이 일어나고 죽는다. 다음 가족들은 하루 휴가를 내어서 교외로 놀러간다. 그레고르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의 삶은 어둠에서 갑자기 빛을 맞는다.
도대체 이 단편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먼저, 이 소설이 너무나 어려워서 도저히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에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다음에는 당시 문예사조의 흐름에 비취어 볼 때 이것은 혁명적인 소설인 것이다. 그래서, 후대에서도 계속 이야기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이 소설은 짐작하건데, 하나, 20세기에 집필된 것으로 비취어 볼 때 이 소설은 현대산업사회에서 인간은 그저 벌레같은 존재이고, 밥벌이 못하는 인간은 필요없는 존재이다, 없어져야 한다라고 말하는 지도 모른다.
둘째, 어쩌면 페미니즘 소설일지도 모른다. 남자인 그레고르가 죽자 모든 집안의 관심이나 금전적인 주체가 딸인 <그레페>로 넘어간다. 그것은 페미니즘적이 아닐지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이것을 페미니즘으로 본다면 이제까지의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모두 페미니즘으로 보아야 한다는 소리인데, 내가 봐도 얼토당토한 소리이다. 이렇게 쓸데없는 소설이지만, 길지 않는 이야기를 읽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카프카의 저력일까? 지금은 장편 [심판]을 읽을까 하다가 산뜻한 편집의 펭귄문고판(10 X 15cm의 작은 크기이지만, 가격은 무려 2,500원이다)
책을 읽고, <문예사조의 이해(최유찬著)>에서 카프카를 찾아보았다. 두 권의 책에는 카프카에 대한 어떤 평도 없었기에. 내가 앞에서 말한 두 가지가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먼저, 이 책은 카프카를 '현대문명의 일상성 속에서 소외된 인간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형사화하고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으며, [변신]에서의 <그레고르>는 체코어로 '나는 고독하다'라는 뜻이라 한다.
또, 카프카처럼 '현대의 인간소외, 자기부재의 상황을 이 정도로 가혹하게 즉물적으로 묘사하여 독자 앞에 내민 작자는 달리 없다'니 두번째도 그런대로 맞는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못보고 있는 부분을 알게 되었다. 그 표현을 그래도 옮기자면 : 독충이 되어 파멸당하는 자가 실은 자기의 본심으로 되돌아간 자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죄를 의식하는 자가 최고의 구원에 한층 가까이 접근해 있고, 이른바 죄없는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현세의 여러 권력에 예속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람이다 / 누이동생이 맛보는 해방감에는 이 현대의 생의 황야에 대한 가장 가공할 만할 저주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