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춤 - 논쟁은 줄이고 소통은 더하는 대화의 원칙
제퍼슨 피셔 지음, 정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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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통한다." 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진심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통하는 법이다. 우리의 진심을 어떻게 상대에게 더 제대로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잠시 멈춤(영어 원제: The Next Conversation)》의 저자 제퍼슨 피셔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의사소통에 관해 어려움을 겪는 25만명의 사람들에게 SNS에 짧은 영상을 찍어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조언을 해준 것으로 유명해졌다. 제퍼슨 피셔의 《잠시 멈춤》은 일상에서 겪는 여러 상황에서 나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예시를 제시해 주며 단계별로 설명한다. 특정 심리학 이론이나 용어에 기반을 둔 설명이 아닌(물론 약간의 심리학 언어나 전문 용어가 등장하기는 한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쉬운 상황을 제시하며 예를 들어 설명해 주니 일반적인 독자들에게는 일상 생활에 적용해 보고 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조언이 가득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직장에서 그리고 정말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의도대로 마음이 전해지지 않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제퍼슨 피셔가 전하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들은 일상에서 활용해 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챕터가 유용했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속 시원하게 긁어준 챕터는 <9장 상처주지 않고 거절하는 법>과 <11장 무례한 사람에게 겸손은 사치다>였다.

<9장 상처주지 않고 거절하는 법>에서는 거절의 3단계 기술이 등장한다.

<거절의 3단계 기술> p.236-237

1단계: 그냥 '노(No)'라고 말한다.

2단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3단계: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대부분 감사하는 마음을 먼저 표현하고 거절하며 거절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런 방식보다는 거절하는 마음을 먼저 표현하고 감사의 마음과 따뜻한 마음과 관심까지 전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동료가 초대한 모임에 초대받았지만 거절하고 싶을 때는 위의 3단계 기술을 적용하여 "못 갈 것 같아. 말해줘서 고마워. 거기 좋다던데!" 이런식으로 답하는 것이 깔끔하고 자신감 있는 답장이며 반발이나 따지는 반응이 거의 따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P.238)

나의 거절이 상대방을 실망시켰다고 걱정하는 순간에도 저자는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게지만 어느 정도는 단호한 말로 줏대를 가지고 거절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앞으로 대화 당사자들 관계를 발전시키고 또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자기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때로 누군가를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실망시켰다는 건 오히려 제대로 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P.239)

p.239

그렇다면 이번엔 선을 넘는 사람들을 대처하는 매뉴얼을 살펴보자. 직장 생활이나 친구, 가족끼리도 우리는 지켜야 할 선이 필요하며 이러한 선(boundary)은 나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정말 흥미로운 관점과 조언이 가득한 장이다.

<11장 무례한 사람에게 겸손은 사치다>도 위의 9장과 결을 같이 하지만 11장에서는 오히려 문제되는 상황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대화를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어 나는 만족하며 읽어 내려갔다.


하나의 예시로 집안일에 관해 다투는 부부의 대화가 나온다. (p.283~284)

당신 : 무슨 일 있어?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것 같아.

배우자 : 모든 게 버거워. 하루 종일 힘들었는데 집은 엉망이고, 설거지까지 해야 한다는 게 정말 싫어.

당신 : 그건 내가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는 뜻이야? 어제 설거지 내가 했거든.

배우자 : 그런 말이 아니잖아.

당신 : 아니, 그 얘기 맞잖아. 당신이 나보다 집안일을 훨씬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집 안 정리부터 일정 관리까지 내가 다 챙기니까 그나마 문제없이 돌아가는 건데.

"벽이 세워지는 순간,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줄어들고, 오히려 상대가 당신을 더 이해해주길 바라게 된다. 앞의 사례에서 배우자는 힘든 하루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했다. 그런데 당신은 그 기회를 연결의 순간으로 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나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여버렸다." (p.284)

p.284

저자는 우리가 갈등 상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어적인 반응과 이인칭 시점에서 말하는 언어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 부분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상대와 나 사이에 불필요한 벽이 생기는 것을 막고, 연결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리가 연습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궁금하신 독자는 꼭 일독해 보길 권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지현님이 이 책을 번역하며 책의 제목을 왜 '잠시 멈춤'으로 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을 완독한 후에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잠시 멈춤'은 진정한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의 하나이며 우리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를 돌아보고 또 동시에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잠시 멈춤'을 시작으로 상황에 맞게 적당한 기술을 활용하며 벽을 허무는 대화를 시작할 수 있고 이를 발전시켜 진정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일상을 영위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의 대화가 잘 시작되고 또 잘 연결되기 위해서 '잠시 멈춤'은 정말로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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