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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
박애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10월
평점 :
나는...
초등학생 때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라는 소설을 읽고 작가가 되고 싶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진 않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 아버지가 떠오르며 절절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40대가 된 지금 나는 작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작가가 되길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현실에 안주하는 겁쟁이가 된 것일까?

뚜렷한 방향이나 정답이 없이 내적방황을 하던 와중에 좋은 기회로 박애희 작가의 《삶은 문장이 되어 흐른다》를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부끄럽지만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내 얘기를 써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가 우리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은 때로 삶을 꾸려 가는 영감이 되어줍니다."
저자 박애희님 또한 나에게 글을 써보라는, 나의 이야기를 펼쳐보라는 영감을 준 근원이 되었다.
박애희 작가의 에세이글을 읽으며 독자들은 작가의 생각에 스며들며 공감하고 또 각자의 사유에 빠지게 된다. 이어지는 작가의 질문에 도움을 받아 독자들은 자신의 생각을 책에 직접 써 볼 수 있다. 직접 써 볼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은 자신의 삶에서 이야기 거리를 꺼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덕분에 저자가 던진 생각할 거리에 관해 내 삶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 행복을 발견하는 질문 (p.74)
대화를 자주 하는 가족이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먀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좋은 대화를 나누려면 좋은 질문이 있어야 하는데,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니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딱히 궁금한 것들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타인보다 속마음을 덜 나누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질문을 찾은 후로는 고민이 사라졌습니다. "오늘 가장 좋았던 일은 뭐야?"
(중략)
어떤 질문에는 인생의 좋은 답이 함께 담겨있습니다. 우리의 질문이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어야 할 이유입니다.

"어떤 물건에 욕망을 느끼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 《꾸준한 행복》을 읽다가 이 문장에 설득당했습니다. (중략)
세상에서 가장 모르겠는 게 내 마음이라는데, 이렇게 또 나를 알아 가는 방법을 하나 배웁니다.
p.178

라디오 작가, 에세이 작가로 살아온 시간의 반을 '쓰는 사람'으로 산 박애희 작가의 글이라 그런지 정말 글이 편안하게 읽히고 독자들의 진한 공감을 자아낸다. 화려한 줄거리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갈등요소가 없는데도 작가의 이야기는 한편, 한편 충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작가가 이 책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인용하며 소개한 책, 드라마, 영화가 정말 많은데 내용이 궁금하기도 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볼 수 있도록 '컨텐츠 목록'를 만들어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봐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또한 <필사하는 밤>이라는 섹션을 통해 다양한 책에서 건네준 멋진 메시지를 마음에 새길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작가가 소개하는 문장을 소리내어 읽으며 글을 써내려가니 차분하게 문장을 음미할 수 있었다.

프롤로그에 담긴 진심어린 저자의 독자 격려 메시지와 책 마지막 표지에 적힌 "인생의 책갈피를 만드는 Q&A 다이어리북"이라는 소개 문구가 이 책을 멋지게 잘 함축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