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거야 - 아는 만큼 편안해지는 심리학
신고은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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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때 나는 철학책이나 심리학 책을 본다. 읽다 보면 참 신기하게도 저자가 나의 상황에 딱 맞는 의미심장한 조언을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내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 《가라앉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거야》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다투고 이어진 냉전이 한창일 때 남편이란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된 파트를 이 책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세상에 나쁜 성격은 없다 : 성격 5요인 이론>

성격 5요인인 신경성, 외향성, 우호성, 개방성, 성실성에 대해 다룬 이 장에서 나는 나와 남편이 다툰 상황에서 우리가 '우호성'부분에서 서로 많이 다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우호적인 사람인 데다 외향적이고 남편은 우호성이 낮은 사람이며 내향적이다.

"우호성이 낮은 사람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개인적이며 적대적인 것처럼 보인다. 대신 공사 구분이 철저하고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는 우호성이 낮은 사람이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답을 내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웬만해서는 당하지 않는다. 인간미가 없게 보일 뿐,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데 굉장히 유리한 성격이다. 우호성이 높은 사람은 모든 관계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관계 안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노력해야 하며,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은 조금 더 다가가며 관계를 통해 따뜻함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P.137-138)

p.137-138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우리 부부의 다툼 양상이 우리의 성격적인 차이에서 비롯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남편의 비우호적인 면을 부정적인 시선에서만 바라봤는데 어쩌면 남편의 비 우호성에 대한 나의 편견이 부부 사이의 갈등을 부채질하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하고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저자의 조언이 나에게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두 번째로 나에게 와닿은 장은 <이제는 당신의 불행을 기도하지 않는다 : 자아 고갈 이론>이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직장에서 대하기 어려운 선배가 있었다. 너무나 경력도 나이도 나보다 많은 선배였기에 다가가기도 어렵고 또 일과 관련된 측면에서 그분의 고집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분과 파트너가 되어 3년 동안 함께 일하며, 나는 내 몸과 정신이 이상해진 것을 깨닫게 되었고 더 이상 그분과 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휴직을 신청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책의 저자가 겪은 것처럼 나도 그 전과는 다르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화가 많아지고 짜증도 많아졌다. 3년 동안 그 선배에 대한 불만과 원망, 속상함은 말할 것도 없이 쌓여만 갔다. 이런 나에게 저자는 이 장에서 '자아 고갈 이론'을 설명하며 마치 나를 토닥이며 조언을 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행을 바라는 마음을 걷어내자. 그는 이미 불행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는 상처는 불행을 받아야 할 업보가 아닌 불행으로 드러난 결과물이다. 안타깝게도 불똥이 나에게 튀어버린 것일 뿐이다. 물론 불행한 삶을 산다고 그들의 잘못을 정당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를 위해 이해하자는 것이다. (중략) 누군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원망 대신 이렇게 생각해 보자. 저 사람 견뎌내고 있구나."(p.156)

p.156

"저 사람 견뎌내고 있구나." 이 부분을 읽는 순간 그 선배에 대한 나의 분노와 원망이 다소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회사에서 나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상황을 통제할 힘을 잃었던 경험이 떠오르며 어쩌면 그 선배의 삶에서도 에너지 소진에 따른 통제력 상실이 그 나이에는 너무도 유치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아집과 배려 없는 삶으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진실이 중요하진 않다. 그냥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래야 내년에 복직해서 또 그 선배를 만나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 같기에….

이 밖에도 저자는 비합리적 신념, 카멜레온 효과, 조망 수용 능력, 애착 이론, 자존감, 자이가르닉 효과, 인지적 오류, 형평 이론, 정화가설, 사회 비교 이론, 귀인 이론, 자기 충족적 예언 등을 포함한 44개의 심리학 이론을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나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재치 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심리학 이론을 어렵지 않게 간결하게 내용을 전달하면서도 그 이론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우리가 어떤 방향의 삶을 살아가면 좋은 지에 관해서 깊은 울림의 메시지도 건네준다.




이 책의 저자, 신고은 작가는 《가라앉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거야》가 《잘하고 싶어서 자꾸만 애썼던 너에게》의 개정판임을 밝히며 아직 가닿지 않은 당신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로 남으려고 새 옷을 입었다고 말한다.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로 남으려고 이 책이 나에게 온 것 같은 착각도 해본다.

여러분도 이 책의 부제 "아는 만큼 편안해지는 심리학"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는 만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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