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과학 - 우리 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
이연주 지음 / 북스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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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엄마와 놀면서 우리 주변에 얼마나 재미있는 과학과 수학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있고,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책을 통해 우연히 그 호기심이 풀린다면 이후에는 스스로 책을 찾을 겁니다. 그리고 학교 수업 시간에 그 이유를 배우게 되면 수업 시간이 즐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과학과 수학은 어렵기 때문에 집에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을 알려 주어야 한다면 그렇죠. 아이들에게 답을 주려 하지 말고, 궁금한 것이 더 많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p.5)

p.5

위의 글은 이연주 작가의 <<엄마의 과학>> 프롤로그의 일부다. 나는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동안 ‘문과생 엄마’로서 내가 과학 공부에 접근했던 방식이 완전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아이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책을 함께 찾아보거나, 기억 속 어설픈 지식을 끄집어내어 설명하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를 열심히 읽어주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그런 방법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연주 작가가 제시한 방법은 더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데다, 경험자다운 실용적인 조언이 담겨 있어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답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과학이 숨어 있는 요소에서 같이 신기해하고 발걸음을 멈추고 기다려주면 됩니다. 그리고 최대한 과장된 반응으로 같이 궁금해하시면 됩니다."(p.5)

p.5

작가는 일상에서 아이와 함께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부모가 어떤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어떻게 설명해 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어려운 과학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지 않으면서도 학령별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또,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해 ‘부록’에는 확장된 과학 원리와 배경 지식을 정리해 두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예시는,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 기계’에 관한 부분이었다.



"솜사탕은 무엇으로 만들어?"

"가서 직접 확인해 보자."

[중략]

"뜨거운 판에 설탕 가루가 닿으니까 녹나 봐."

"엄마, 설탕이 어떻게 실처럼 막 날아다녀?"

"자동차가 물 옆으로 지나가면 바퀴가 돌면서 물이 확 뿌려지지 저기 판도 돌고 있으니까 녹은 설탕이 공중으로 뿌려져 실처럼 되나 봐." (p.83)

처음 질문부터 아이가 하는 상황이 너무 바람직하게 느껴졌다. 외향적이고 말 많은 엄마인 나는 항상 먼저 질문하고 설명하기에 바빴으니...



사탕을 녹여 만든 게 솜사탕이겠거니 하며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 기계 안에 ‘구심력’을 활용한 비밀이 숨어 있었다니! 이제는 나도 솜사탕 기계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아이와 함께 그 과학 원리를 이야기하며, 놀이 속에서 호기심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



다음으로 인상깊은 소재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숨어 있는 7가지 과학 원리'였다. 암각화는 북쪽을 바라보고 있어 겨울에는 해를 거의 보지 못하고, 여름철 지는 해만 조금 받아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암각화 윗부분은 바위로 가려져 있고 암각화 부분은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어 비를 거의 맞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기에 7000년 동안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암각화를 보기 위해서 태양의 고도가 중요한 요소라는 것과 암각화 위의 바위가 단순히 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소리를 반사시켜주고 또 소리를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옛 사람들이 부력을 이용해서 고래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도 암각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고 하니 놀랍다. 이러한 배경지식을 알고 떠난 여행과 그러니 못한 여행은 우리에게 얼마나 다르게 와닿을지 생각해보니 다시 한번 아는 만큼 궁금하고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에는 이 밖에도 “붕어빵을 호호 불며 먹는 이유”, “인덕션 조리도구의 원리”, “야구에서 배우는 달콤한 스위트 스폿”, “입으로 분 풍선은 왜 하늘로 뜰까?”, “비가 오면 저절로 움직이는 자동차 와이퍼의 원리”, “오뚝이가 일어나는 이유” 등, 생활 속에서 과학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가 가득하다. 부엌 소재 14가지, 놀이터 소재 8가지, 미술관 소재 8가지, 여행 소재 18가지, 그리고 일상 속 소재 10가지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어, 부모가 두고두고 참고하며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손색이 없다.

<<엄마의 과학>>은 ‘아이에게 과학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게 해주는 책이다. 대신, 함께 놀고 함께 궁금해하며, 호기심을 대화로 이어가는 힘을 알려준다. 과학이 ‘공부’가 아니라 ‘생활의 즐거움’이 되는 경험을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선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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