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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의심스러운 철학 수업 -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50가지 철학적 질문들
움베르토 갈림베르티.루카 모리 지음, 김현주 옮김 / 풀빛 / 2025년 6월
평점 :
생각이 많아져서 고르게 된 책,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수업』

책을 받고 처음 <들어가는 글>을 펼쳐 읽으며,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철학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차례>를 보며 이 책이 제시하는 다양한 질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13번째 질문: 모든 질문에 정답이 있을까?
"이 책에서 여러분은 지난 세기 동안 위대한 사상가들이 다양한 답을 제시했던 질문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모두들 설득할 답을 찾기가 불가능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참으로 놀랍지 않나요? 그렇다면 왜 이런 질문을 하게 되는 걸까요? 정말 절대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정답을 알아보기가 아주 힘든 것일 뿐일까요?" (p.75)
이 책은 위와 같은 질문처럼, 생각과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해 주며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질문 조각을 나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와 같은, 누구나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본질적인 질문들을 통해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답’을 탐색하도록 이끈다.
이 책의 부제,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50가지 철학적 질문들’은 이러한 책의 특성을 정확히 요약해 준다.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수업』은 이탈리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철학자 중 한 명이자 심리치료사, 교수, 작가로 활동하는 움베르토 갈림베르티와, 이탈리아 전역의 모든 학년에서 철학 교육 과정을 연구하고 지도하는 루카 모리가 함께 집필하고, 김현주 번역가가 이탈리아어 원문을 한국어로 옮긴 책이다.
철학 교육을 직접 연구하고 가르치는 저자들의 경험이 녹아 있어,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나 철학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독자들도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구성이다.


각 질문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설명은 보통 2~3쪽 정도로 짧지만, 오히려 이 간결함 덕분에 질문의 본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이렇게 짧은 분량으로 깊은 철학적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곧 저자들의 말처럼 “질문을 멈추지 않고, 당연하게 보이는 답도 의심하는 태도”를 통해 나만의 관점을 찾아가는 것이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짧은 글 속에서도 깊은 사유의 단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41번째 질문: 기술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하이데거의 관점을 빌려 인상 깊게 설명한다.
"우리가 세상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거대한 자원의 집합체로 보게 만드는, 하이데거가 '기술적 사고방식'이라 부른 것을 지나치게 사용할 위험이 있죠. 결과적으로 우리가 사물의 가치는 오로지 사용 가능성에 있으며, 수단을 중시하는 태도로 주변의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이데거는 이런 제한적인 시각을 치료하는 해독제로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해 더 진실하고 상세하게 이해하게 해 주는 '시'를 꼽았습니다. 그는 세계와 사물의 신비, 성스러움에 대해 경이와 공감을 느끼는 시적인 태도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p.188~189)
최근에 ‘시’가 담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때 내가 왜 시집을 집어 들었는지, 어떤 심리적 기제와 욕구로 인해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하이데거의 관점을 통해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아하!’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이처럼 끊임없이 사유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지금 나의 삶의 방향성과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매우 의심스러운 철학수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은 물론, 사회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 이들에게,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철학을 쉽고 친근하게 안내하는 책이다.
철학은 거창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멈추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임을 이 책은 따뜻하게 알려준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며, 이미 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깊이 있는 사유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귀한 안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