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고갱의 미술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김미진 지음, 폴 고갱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는 강력한 힘이 있다 – 『작고 아름다운 고갱의 미술수업』 서평



전시회나 박물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예술 작품 앞에 서더라도 작가의 이름만으로는 그림에 담긴 이야기와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작품의 시대적 맥락이나 작가의 감정과 의도에 대한 정보 없이 감상하다 보면, 예술이 주는 감동을 깊이 있게 경험하기 어렵게 된다. 예술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그 접근 방법을 몰라서 거리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점에서 열림원어린이 출판사의 김미진 작가가 쓴 『작고 아름다운 고갱의 미술수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도슨트 역할을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고갱의 삶과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어른들까지도 고갱이라는 화가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그의 예술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고갱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의 작품에는 어떤 이야기와 감정이 깃들어 있는지를 생생한 서사로 전해주며, 독자가 예술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여기에 소개하는 이야기는 고갱이 처음 2년간 타히티에 머물면서 기록한 『노아 노아』의 자전적인 글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타히티 말로 ‘노아 노아’는 ‘향기롭다’는 뜻입니다. 자, 이제부터 타히티로 출발하겠습니다.” (p.144–145)

p.144-145


책 속에서 독자는 고갱과 함께 타히티로 여행을 떠난다. 타히티에 도착한 고갱은 이국적인 자연과 색채에 매료되어, 그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화폭에 담는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이국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점점 타히티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심지어 그는 유럽 선원들과 떨어져 더 외진 마을로 들어가 현지 문화에 깊이 교감하며, 새로운 예술적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고갱은 ‘테후라’라는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고, 둘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작가는 고갱의 타히티 체류기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그의 예술적 영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그 안에는 단순한 화가의 기록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고갱이 세계와 부딪히며 느꼈던 갈등과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갱이 프랑스를 떠나 타히티에서 보낸 2년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책 말미에서는 그의 일생에 대한 간략한 정리와 함께, ‘고갱 미술관’을 통해 그의 예술 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고흐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인 《해바라기를 그리는 반 고흐》에서는, 반 고흐조차도 고갱이 자신을 ‘미친 사람’으로 묘사했다고 느꼈다는 대목이 등장하는데, 이는 고갱이 얼마나 인간 내면의 나약함과 광기를 예리하게 포착했던 예술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작가가 덧붙인 “고갱은 인간 내면의 흔들림과 광기를 놓치지 않을 만큼 예리한 시선을 가진 화가였다”는 설명은 고갱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게 만든다.




『작고 아름다운 고갱의 미술수업』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고갱의 삶과 작품세계를 쉽고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 ‘작고 아름다운’ 예술 입문서이다. 예술은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이 책은, 예술 감상의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

다음 예술가의 ‘작고 아름다운 미술수업’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