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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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포근하다가도 갑작스럽게 싸늘한 비바람이 불며 추워지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의 변화가 나에게 가을은 스릴러의 계절임을 일깨웠다.

최근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스릴러 영화와 드라마에 푹 빠져 있던 내게, 피터 스완슨의 신작 살려 마땅한 사람들의 출간 소식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쳐 갈 수 없는 것처럼 나 또한 이 책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피터 스완슨은 "메스처럼 예리한 문체로 냉정한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퍼블리셔스 위클리>," "무시무시한 미치광이에게 푹 빠져들게 하는 법을 아는 작가<가디언>"라는 찬사를 받은 몰입의 스릴러 작품을 쓰는 유명한 작가로서 8년 전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후속작으로 살려 마땅한 사람들을 이번에 출간했다.

국내에 출간되어 10만 독자들에게 사랑 받은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지 않은 상황이라 글의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을 까 걱정도 되었는데 살려 마땅한 사람들을 읽고 음미하는 데에는 전작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한 편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중요한 등장인물인 헨리 킴볼과 릴리의 미묘한 감정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작을 읽고 이번 신작을 읽는 것이 200% 더 이 소설을 만끽하는 좋은 방법이 되겠다는 생각이 소설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들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조앤 그리브 웨일런이 그녀의 옛 스승이었던 헨리 킴볼에게 찾아가 이제는 사설 탐정이 된 헨리 킴볼에게 자신의 남편, 리처드의 외도에 관하여 조사를 의뢰하는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헨리 킴볼은 옛날에 학교에서 조앤을 가르칠 때 겪었던 불길한 사건 때문에 이렇게 조앤을 다시 만난 것에 대해 다소 불길한 느낌이 들었으나 돈이 필요했던 그는 사건 의뢰를 받아들인다.

다음 장의 이야기는 조앤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조앤의 10대 시절로 돌아가 케너윅 해변에서 조앤이 겪게 된 불행한 일과 그 일로 인해 달라진 조앤의 감정이 묘사된다. 조앤은 케너윅 해변에서 같은 동네 친구인 리처드 시든을 만나게 되는데 조앤은 리처드와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리처드에게 심적으로 큰 위안을 받게 되고 이 둘은 둘만의 공감대를 가지게 된다. 결국 케너윅 해변에서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이 살인 사건은 바로 조앤과 리처드에 의해 계획된 것이었음이 흥미진진한 속도로 펼쳐진다.

한편 킴볼은 조앤의 남편 리처드와 리처드 회사 사람들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게 되고 조앤이 언급한 외도 상대인 팸을 조사하려고 미행하다 우연히 친분을 나누게 되고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킴볼은 또한 조앤이 의뢰한 남편 외도 사건을 조사하면서 과거에 조앤의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조앤과 함께 같은 교실에서 겪었던 학생 총기 난사 및 자살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킴볼의 의심과 불안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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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볼의 의심과 불안은 결국 또 다른 살인 사건으로 확신이 서는데... 바로 킴볼이 조사하고 있던 조앤의 남편 리처드와 그의 외도 상대인 팸이 총에 맞아 죽은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조앤이 이야기 해준 대로 미행한 바로 그곳에서 죽은 두 사람이 발견된 것이다!

이로써 킴볼은 조앤이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한 의도를 의심하게 되고 조앤에 대해 더 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예전에 자신이 경찰로 근무했을 때 맞닥뜨린 사건의 범인,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다소 이상한 관계의 릴리를 만나서 조언을 구하게 된다.

과연 킴볼은 조앤의 살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고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전작에 이어 다시 등장한 릴리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일까? 킴볼과 릴리의 관계는 어떤 국면을 맞을 것인가?

48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읽으며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다 보면 여러분은 모든 조각의 퍼즐들을 다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랜만에 책으로 스릴러를 접하며 100페이지씩 한자리에 앉아서 한 번에 읽어 내려가는 즐거움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보니 이 책의 표지 디자인이 매우 매혹적이었다. 이 소설의 모든 사건의 발단은 케너윅 해변에서 시작되는데 표지에 그려진 해변 그림은 아마도 케너윅 해변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바다에 맞닿은 기슭은 투박한 핑크빛으로, 리처드의 사촌인 두에인이 살해당한 바다는 푸른색으로 서로 강하게 대조되는 점이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강하게 전달하며 첫 살인 사건의 모티프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렌드를 쫓는 스릴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자극적인 반전에서 오는 놀라움은 없지만 킴볼이 휘말린 살인 사건간의 짜임새 있는 연계와 어찌 보면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얽혀있는,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과 얼개가 매력적인 이 소설!

피터 스완슨이 도대체 누가 어떻게 "살려 마땅한 사람들" 과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정하고 판단하는가? 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2부작 책을 써 내려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 소설!

이번 가을에 푹 빠져들 수 있는 전통파 스릴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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