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킹 101 : 더 나은 삶을 위한 생각하기 연습
안우경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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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을 쓰고 있는 나는 마감기한을 바로 앞에 두고 다소 불안한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서평을 쓰면서 <씽킹101>에서 안우경 교수님이 마지막 8장에서 설명한 심리 기제가 생각났다.

"미래의 보상뿐만 아니라 미래의 고통에도 지연 할인이 적용된다. 우리가 할일을 미루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우리 대부분은 기한이 코앞으로 닥쳐 올 때까지 또는 날짜가 지나도록 마치 그 일이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외면한 채 살 수 있다. 지금 하나 나중에 하나 똑같은 일인데도 당장 하려고 생각하면 너무나도 끔찍한 것이 나중에 한다고 생각하면 어찌어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일을 미루는 것이다."

p.319~320

'지연 할인' 때문에 미룬 서평인가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았는데 나의 경우엔 '계획 오류'를 범한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서평쓰는 것을 즐기는 편이며, 교수님은 계획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원래 계획에서 50프로 이상 여유를 갖고 계획하라 하셨다.)

<씽킹 101>은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 안우경 교수님이 자신의 심리학 강좌 '생각하기(Thinking)' 강좌의 강의 내용을 기반으로 쓴 글로써 한국인 독자의 구미에 맞게 한국의 문화에 맞는 예제와 우리말 문체에 맞는 농담을 곁들인 한 권의 명강의 저서다. 읽는 내내 내가 예일대학교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가장 큰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직접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교수님의 수업 상황과 질문이 생생하게 와닿았다. 동시에 수업 내용 중 기억하고 정리해야 할 내용이 많아서 정말 집중력을 가지고 강의의 흐름을 잘 따라가야만 이 책 내용을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독자분들도 이 책을 읽으실 때는 필기도구를 준비하고 핵심 용어에 밑줄 치며 개념 정리를 잘 하시며 따라가시길!

이 책은 총 8장으로 강의내용을 구성하였으며 목차는 아래 사진과 같다.



1장에서는 유창성 효과와 계획 오류라는 개념을 다양한 예시를 통해 소개한다. 특히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왜 중요한지가 유창성 효과의 결론으로 제시되는데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야 비로소 내 지식의 구멍과 추리의 결함을 인식하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p.52)" 는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2장에서는 2-4-6 문제를 통해 확인편향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후 확인편향이 개인적, 사회적으로 어떤 면에서 해로운지 설명한다. 또한 한 가지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만을 찾으려는 특성이 인류가 생존하는데 도움을 주었기에 우리가 확인편향 오류를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고 교수님은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무작위성을 도입하여 위험 부담이 적은 일에서부터 자신의 가설을 반증하는 연습을 하면 확인편향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고 해주신다. 지금까지 좋아하던 것 또는 믿고 있던 사실이 다 틀렸다는 것을 아주 우연히 깨닫는 순간 우리는 확인편향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

3장에서는 유사성, 충분성 및 필요성, 최신성, 제어성으로 인해 원인 찾기의 어려움에 빠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우리가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을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찾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가 앞에서 제시된 상황 때문임을 알게 된다.


4장에는 우리가 흔히 많이 빠지는 구체적인 예시의 유혹이 나온다. 믿을 만한 통계적 데이터보다 한 가지 구체적인 예시를 듣고 어떤 물건을 구매하거나 어떤 서비스를 등록한 적이 모두들 있지 않을까? 이 장에서는 우리가 인지심리학을 배우고 실생활에 적용해서 더 잘 생각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인지하고 있으면 오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깨닫게 된다. 아울러 교수님은 책 전반에 걸쳐 모든 이론과 관련되어 최소 2개 이상의 예시를 제시하는데 이는 예시가 너무나 강렬한 나머지 관련 없는 세부 사항이 주제보다 더 기억에 잘 남는다는 특성을 파악하여 "동일한 원칙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사람들이 요점을 기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함이다.

5장은 부정성 편향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부정적인 내용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이에 맞춰 사고하게 된다는 내용인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손실 회피'다.

"미국에는 교사 인센티브 프로그램이라는게 있는데 학생들이 공인된 평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담당교사에게 성과급이 돌아간다. 이 때 성과급이 지급되는 시기는 보통 학생들이 시험을 모두 치른 이후인 학년 말이 된다. 시카고 하이츠에서 진행한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이득' 조건과 '손실' 조건으로 참가자 집단을 나누고 두 집단에 교사들을 무작위로 배정한 뒤, '이득' 조건에 속한 이들에게는 기존의 방식대로 성과급을 지급했다. 학생의 성적향상에 비례해 연말에 성과급을 받은 것이다. 연구자들이 미리 설정한 비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성과급의 기댓값은 4000달러였다. 반면, '손실' 집단에 배정된 교사들은 연초에 4000달러를 미리 받았다. 그리고 연말에 학생들의 점수가 평균 이하인 경우, 4000달러에서 그들이 받아야 할 성과급을 제하고 남은 금액을 반환해야 했다."

(p.213~214)

여러분이 생각하는 결과는 어떤가? 그렇다. '손실' 조건에 속한 교사들이 담당한 학생들의 경우 점수가 10퍼센트 정도 올랐다고 한다. 이는 손실 회피가 강력한 동기부여 기제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같다.

6장은 똑똑한 사람일 수록 더 편향될 수 있고 누구도 피해가기 어려운 편향해석을 다룬다. 팩트와 데이터를 자신의 편향된 신념에 끼워 맞추어 해석하는 편향 해석은 우리의 역사, 문화, 경제, 정치 등 제도에서 기인한 부분이 많아 이를 제거하기에는 개인적, 제도적, 사회적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7장은 조망수용의 한계의 개념을 교수님의 실제 일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조망수용은 "자신과 타인이 다름을 인지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파악하여 타인의 사고, 감정, 상황 등을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인데"(p.273) 이 장을 읽으며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도 제대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었다.

8장에는 우리가 미래에 받는 보상을 기다리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과 이는 미래의 보상이 지닌 가치를 저평가하는 현상, 즉 '지연 할인' 때문임을 설명한다. 자제력 부족,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심리적 거리감이 그 주요 원인이 되는데 이를 극복하여 미래의 보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보상을 얻기 위해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안된다고 교수님은 첨언한다. 최종 목표만 바라볼 뿐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의 인생에 진짜 일순위 이순위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한다고 교수님은 제안한다.

끝으로 이 책을 통해 안우경 교수님이 인지심리학을 얼마나 사랑하고 또 인지심리학이 우리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졌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심리 기제를 가졌으며 또 얼마나 많은 오류를 범하며 살고 있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동시에 이러한 오류를 범하며 다양한 판단과 생각을 하는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씽킹101>과 인지심리학을 통해 우리 모두 더 잘 생각하며 더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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