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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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일은 때로 세계 전체를 뭉쳐 내 손 위에 가져다 놓고 과거와 현재 곳곳으로 나를 데려가 주는 빽빽한 거미줄 위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작업 같다가도, 때로는 나를 뚝 떼어내 좁고 작은 방, 오직 책들로만 둘러싸인 방에 고립시킨다. 재미 있지만 가끔은 심심하고 외롭고 심지어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p.154

글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가의 고백이다.

이 책은 마치 영화를 찍고 난 후 감독들이 영화 촬영 장면을 회상하며 영화를 곱씹어보는 커멘터리를 남기듯이 작가의 소설과 논픽션이 탄생하게 된 사고의 과정과 작가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미 김초엽 작가의 대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지구 끝의 온실>을 읽어본 독자로서 이 책은 김초엽 작가의 팬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김초엽 작가가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거쳐야 했던 리서치와 고민의 과정, 마침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성공의 순간들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눠진 이 책은 완성된 소설작품과 논픽션작품('사이보그가 되다')이 나오기까지의 고난과 깨달음의 여정이 재치있는 문체로 진솔하게 쓰여졌다.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를 찾을 때까지 끊임 없이 계속되는 책들과의 만남속에서 그럴듯하면서도 새롭고 매력적인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독자들은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마주친 책들도 소개되는데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 <미루기의 천재들> <침묵의 봄>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철학책 독서 모임> 같은 작품들은 나도 나중에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SF소설, 영화 등을 즐겨보는 편이지만 정확히 어느 부분이 독자들과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것인지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김초엽작가가 인터뷰 질문의 대답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고민한 부분이 바로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료되는 부분인 것 같았다.

우리와 다른 개체가 존재한다는 것, 어느 정도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 거리가 사람들을 더 끌어들이게 하는 점, 외계 존재이기에 인간을 보다 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기에 우리에게 더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점 등, 사이언스 픽션의 매력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나같은 초보 서평러에게 도움이 되는 김초엽 작가의 서평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나도 언젠가는 프로 서평러가 되는 것을 상상해 본다.

(그렇지만) 서평은 때로 호불호의 관점, 작품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매끈하게 정리하는 것을 넘어선다. 나는 요즘 서평의 진가는 책을 '맥락화'하는 것에 있음을 깨달아가고 있다. 좋은 서평은 책의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할 뿐만아니라 책이 놓여 있는 맥락을 다시 보게 한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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