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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밀도 - 나를 나답게 하는 말들
류재언 지음 / 라이프레코드 / 2023년 1월
평점 :
대화의 밀도 – 류재언
햇빛에 난사되는 물결은 과거의 기억 속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하늘을 보아도 보이지 않던, 가로등 불빛을 벗 삼아 호젓한 산책길을 달려도 생각나지 않던 나의 기억, 나의 추억 말이다. 류재언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어느 날 갑자기 콧속에 훅하고 들어오는 추억의 향기라고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추억은 그런 것이다.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내게 갑자기 다가온다. 어느 순간 말이다.
한 남자로 태어나서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누군가의 남편으로서 누군가의 부모로서 살아가지만, 정작 ‘나는 누구이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바쁘게 살다가 찾아온 불혹이라는 나이는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박물관 옥상정원에서 보는 세월의 풍경들은 잠시나마 ‘나’의 존재를 불러온다.
류재언 작가의 삶을 돌아보며 나 또한 내 삶의 기록들을 찾아보았다.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말이다. 누가 그랬나? 후회 없는 삶을 살았냐고? 그런 사람이 있을까? 매 순간이 잘못된 선택이고, 순간마다 후회의 연속인 것을 말이다. 인간이기에 사람이기에 겪어야 하는 수많은 실수와 잘못들 속에서 우리는 깨닫고 깨우치고 상처받는 것이 아닌가?
“내 눈을 쳐다봐.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불우한 시절을 보내는 천재 수학가에게 교수가 한 말이다. 류재언 작가가 인용한 말이지만, 나에게 더 절실히 와 닿는 것은 내 지난날의 잘못이 하느님께 용서받을 수 있음을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그래,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더 당당한 오늘을 살아보자. 그리고 크게 웃어보자.’ 다시 한번 이 책을 통해 물결 위에 흐르는 윤슬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느끼게 해 준 류재언 작가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