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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평점 :
모비 딕
꿈꾸는가? 먼바다를 여행하고 석양이 파도를 가를 때, 창공을 향해 뛰어오르는 고래를 말이다.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은 어느새 눈물이 뺨을 적시고 흐른다. 그 옛날 수많은 고래잡이는 어디로 갔을까? 어쩌면 그들의 영혼이 저 고래들이 아닐까? 아쉬운 세상과의 작별을 저렇게 포효하듯 뛰어오르는 것이 아닐까?
고래잡이 퀴커그는 세상을 모험한다. 자신만의 왕국에서 이교도의 삶을 쫓아서 그렇게 바다로 나갔다. 비루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처지도 세상에 대한 모험을 막지 못하였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야만인 퀴커그의 삶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다시 한번 조명해본다. 안주하지 못한 나의 삶은 헛되지도 허망하지도 않았다. 따지고 보면 비루하고 힘든 삶이었지만 말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고래와의 사투처럼 우리의 삶은 그렇게 힘들고 고단했다.
신은 우리에게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힘과 지혜도 사실 없다. 그런데도 세상의 거대한 파도와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거대한 향유고래를 향해 작살을 내던지는 것처럼 말이다.
부와 행복을 꿈꾸며 모험을 떠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죽음의 사투에서 그가 잡은 고래는 그의 꿈을 실현해 주었을까? 소리 없이 저 바다는 고래의 거품을 거침없이 내뿜는다.
독자로서 감동적인 명작을 만나서 정말 기쁘다. 가끔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혼동하곤 하지만 모비딕은 인간의 야망과 욕망, 꿈을 녹아내고 있다. 인생의 허무주의나 이상주의가 아닌 또 다른 현실 세계에 눈을 뜨게 해주는 작품이다. 고래잡이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가는 청년과 야만인 퀴커그의 우정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고독과 외로움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제 나도 세상을 향해 돛을 내리고 나아갈 것이다. 혼자가 아닌 나의 동료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꿈을 꾸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기다. 바로 저기에 고래가 보인다. 작살을 던져 퀴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