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하세요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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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하세요

 

로잘린드, 올란도, 피비 이들의 엇갈린 사랑의 결말은?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유쾌하다. 그리고 시적이다. 아마 현대 영문학사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빼놓는다면 꽃이 없는 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위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시적으로 옮겨놓은 하나의 서사시처럼 감상할 수 있다.

 

올란도

공작님 만찬에 참석해야 한다오. 두 시간 안에 돌아오겠소.”

 

로잘린드(가니메네스)

그럼, 기시오. 당신 뜻대로 하시오. 내 이럴 줄 알았소. 남자에게 버림받은 불행한 여자가 하나 덜 늘었을 뿐이오.”

 

이 대목에서 로잘린드는 가니메네스라는 남장여자 역할이다. 올란도는 그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는 로잘린드라는 사실을 모른 채, 오로지 가니메네스가 시키는 대로 한다. 마치 로잘린드를 대하듯이 말이다. 이것을 우리가 연극에서 본다고 가정해보자. 얼마나 올란도가 짠할까? 사랑하는 여자의 정체도 모르고 그저 공허한 메아리처럼 슬피 말하는 자신이 말이다. 또 그것을 숨기는 로잘린드는 얼마나 얄미울까? 이런 상황극의 묘미를 기가 막히게 살려낸다. 언어의 마술사 셰익스피아가 말이다. 여기에 남장여자인 가니메네스에게 첫눈에 반한 피비도 정말 그 사랑이 애절하기 그지없다. 사랑하는 약혼자도 져버리는 어리석은 사랑말이다. 사랑의 큐피드는 그렇게 멀쩡한 사람을 눈멀게 한다.

 

터치스톤

오드리, 내일은 기쁜 날이야. 우리 내일 결혼하는 거라고.”

 

오드리

저도 이 결혼을 간절히 원해요.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길 바라는 게 염치없는 소망은 아니겠죠?”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늙은 목동과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니 못생긴 여자 오드리는 서로 사랑한다. 이들의 사랑은 가식적이지 않고 형식적이지도 않다. 꼭 조건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들의 평범한 사랑과 결혼에서 귀족사회의 형식에 지나친 사랑을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연극을 보는 관객의 관점에서 이들의 결혼은 정체를 숨길 수밖에 없는 공작의 딸 로잘린드와 올란도의 애타는 사랑에 비수를 꽂는 시원함도 느끼게 해주었다.

 

솔직히, 로잘린드가 아버지의 원수인 올란도를 사랑한 것은 사실일까? 어쩌면 숨이 막히는 아버지의 권위와 감옥 같은 삶에서의 자유를 갈망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나 스스로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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