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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없는 편지
이춘해 지음 / 창해 / 2022년 5월
평점 :
마침표 없는 편지
‘참 나 기가 막혀서.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이 소설을 나도 내 아내도 읽으면서 이 말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아마 작가 이춘해 씨는 속이 문드러졌을 거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꾸며서 말할 필요도 없다. 제목처럼 나도 이 작가님께 말하듯이 또는 편지 쓰듯이 말하고 싶을 뿐이다.
사실 창피하지만 내 아버지의 이야기하고 똑같다. 다행이지 뭐. 내 이야기가 아니어서. 나도 아내를 속을 썩이고 살았다면 살았지만, 다행히 바람피우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게 내가 그런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어릴 적 아버지의 나쁜 기억이 나를 부도덕한 삶을 거부하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이것을 어떻게 소설로 쓰셨는지 이춘해 작가님께 경외감마저 들었다. 떠오르고 싶지 않은 아픈 상처였을 터인데 말이다.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사람의 선택은 언제나 뻔하다. 그리고 그 흉터는 고스란히 가족에게 특히 배우자에게 그대로 각인되어 남는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월의 흔적의 상처를 묻어가는 과정에서 가족들의 사랑과 용서를 담고 있다. 비참한 종말을 고하는 주인공의 삶도 안쓰럽고 그것을 용서하지 못하지만 결국 용서할 수밖에 없는 아내의 심정도 안쓰럽다.
조강지처를 버린 사람의 삶의 결과는 뻔하다?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즐기는 자의 위험한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본인이 만족한다면 누가 모라고 그럴 수는 없지만 말이다. 남자라는 동물은 늘 여자를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소유하고 즐기고 싶은 존재로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페미니즘의 유행도 어쩌면 이 사회 여성들의 지각과 감성의 산물이 아니라, 남자들의 탐욕과 탐심의 결과물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PS: 이춘해 작가님의 아름다운 집에는 화사한 야생화와 물안개가 피어오르겠죠? 그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작가님의 삶의 여운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것이 아픔이었을지라도 용서와 이해와 사랑은 언제나 우리에게 특별한 선물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많은 독자들도 공감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부디 이 책이 작가님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읽는 독자들에게도 마침표 없는 편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에게도 그랬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