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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평점 :
파이드 파이퍼
노년의 영국 신사가 한가로이 낚시를 위해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서 겪었던 감동적이고 슬픈 이야기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던지는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과의 상응점이 이 소설에 녹아있다. 눈물과 감동 그리고 너무나도 아픈 진실이 우리의 마음에 와닿는다. 전쟁이 가져다준 참혹한 삶이 어린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거리에서 폭탄을 피하지 못한 부모의 죽음을 맞이한 피에로의 눈빛이 어른들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나치의 잔혹한 폭력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처참하게 짓밟히고 무너진 뒤에야 희망이란 꽃이 피어날 수 있었을까? 오늘날 국가주의와 독재자의 이기적인 야망 때문에 수많은 사람의 죽음이 과연 우리에게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결코 남의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그 누구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갈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가난한 이도 불행한 삶도 모두 스스로가 원했던 삶이 아니다.
난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고 역사적인 소설을 좋아했다. 단연코 이 소설은 최고의 소설이자, 우리에게 사람의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성찰을 가슴 깊이 깨닫게 해준 보기가 드문 소설임을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전쟁이란 폭력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로널드와 실라, 로즈와 피에로 그리고 빌렘과 마르얀 그리고 독일 소녀 아나…. 이 아이들이 30년 후에 어떤 사람들이 되었는지 상상해 보기 바란다. 마치 어둠의 블랙홀처럼 원치 않은 삶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세상은 그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살았기에 우리도 살아있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침공이 모든 도시를 폐허로 만들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아니,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려도 언젠가 햇빛이 눈을 반짝반짝 빛나게 할 것이고, 생각지도 않은 아름다운 작은 꽃들이 피어 있는 것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계절은 돌고 돌아 봄을 맞이할 것이고, 새들의 지저귐과 따스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것이다. 우리는 그날을 기다릴 것이다. 언젠가 봄이 오면 우리는 노래할 것이다. 새로운 생명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