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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평전 - 호랑이를 탄 군주
박현모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4월
평점 :
태종평전
태종 이방원은 어떤 정치가였을까? 사적에 그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그가 평탄한 권세를 누린 왕으로 생각한다면 사실 틀렸다. 그는 그의 권세에서 적어도 다섯 번의 위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그가 나타냈던 순발력과 통찰력은 조선의 역사를 바꿀만한 인물이었음을 증명하였다.
이방원과 정도전 그리고 정몽주
우리는 위 세 사람의 뒤바뀐 운명이 조선의 건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해야 한다. 정도전이란 인물이 조선의 정치적 확립에 초석을 세웠고, 정몽주는 고려의 문화와 관습을 태조 이성계의 나라에 옷을 입힐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러한 위대한 인물들을 제거함으로써 이방원은 자신의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일이 단지 이방원의 사욕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어차피 그로서는 그들을 제거하지 않는 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신과 아내와 어린 세 아들의 죽음뿐이었으리라.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선택이라면 그가 결정해야 할 것은 오로지 하나뿐이었으리라.
이방원은 고집불통 왕이었을까?
이 책에서는 1397년 경상, 전라 도안무사로 임명된 박자안이라는 사람의 실수로 일본인 사절단을 죽인 일로 조선과 일본 사이에 외교적 분쟁이 일어나게 되었을 때, 이방원의 태도를 언급한다.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문제가 생기자, 조선의 내신들은 박자안에게 참형을 하도록 했다. 박자안의 아들 박신은 아버지의 목숨을 살리고자, 이방원을 찾아갔으며 결국 그는 아버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때, 이방원이 나타낸 기질은 억울한 백성의 죽음을 막는 측은지심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방원은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하찮은 왕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의 측근들은 국가기밀을 알고 있는 죄를 묻게 될까 봐 두려워했으나, 이방원은 “내가 책임지겠다.”라며 입궐하여 박자안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나의 상과 모양은 임금의 상이 아니다.” 학자이자 정치가인 하륜은 이방원의 장인인 민제에게 “공의 둘째 사위같이 좋은 관상을 가진 사람은 못 봤다.”라고 할 정도로 이방원의 관상은 출중했다. 그런데도 이방원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18년 동안 호랑이를 탔으니 또한 이미 충분하다.” 그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충신들이자 난세의 영웅들을 죽인 것과 자신의 형제들과 처남들을 죽인 일들에 대한 참회였을까? 물러날 때를 아는 왕은 그렇게 자신의 셋째 아들 충녕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고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조선은 역사에 전무후무한 왕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역사적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이다. 보는 사람의 관점이나 인식과 제한된 지식에 따라서 평가도 달라진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태종 이방원을 새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태종평전을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