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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 사내들만의 미학, 개정판 ㅣ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7
프로스페르 메리메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1년 8월
평점 :
사내들만의 미학
이 책은 현대문학 거장들의 단편집이다. 프로스페스 메리메, 헤르만 헤세, 가브리엘로 단눈치오와 같은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단권으로 구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책들을 단편집으로 만나게 되어 더욱 좋다. 전체적인 색깔은 남자들의 기질과 특성을 살려내어 작품들에 녹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문열 작가가 선택한 단편집에서 남자들의 특성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볼거리다.
표지에 등장하는 소의 정체는 아마도 S.W. 스코트의 작품인 두 소몰이꾼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 목동과 잉글랜드 목동의 싸움 이야기이다. 두 절친이 원수가 되어서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남자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 다혈질의 남자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한국남자들이 얘기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예를 건 남자들의 이야기. 목숨보다 중한 남자들의 명예. 난 솔직히 남자지만 이런 이야기가 부담스럽다. 이런 기질이 역사에서 남긴 발자취는 전쟁과 아픔, 남성 우월주의로 점철된 처절한 역사일 뿐이다. 도망자를 고발한 비열한 아들을 죽이는 아버지의 심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기우사로써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 사람도 이해할 수 없다. 프랑스 병사들 앞에서 당당하게 할복을 하는 일본 병사들도 이해할 수 없다. 자기 마을의 우상을 다른 마을의 교회에 들여놓으려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웃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란 말인가?
우리 시대에 진정한 남자다움이 있는가? 사회적 지배층이 철저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의 틀에서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자신들의 화려한 성에서 살아가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진정한 남자는 핑계를 대지 않는다. 진정한 사나이는 남을 짓밟고, 모략하고, 약점을 잡지 않는다. 다양한 미디어가 자신들을 보호할 것 같지만,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 이문열 작가가 추천한 남자들의 이야기, 사내들의 미학을 읽고서 성찰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