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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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

 

나는 이제 운명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닌, 내가 운명을 이끌어보겠노라 다짐했다.” p. 180

 

이 말이 이토록 가슴속에 스며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삶이 주어진 운명을 가지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짧기 때문은 아닐까? 시구문은 오늘날에도 죽음과 운명이란 사슬을 걸어놓고 사람들을 가둔다.

 

무당의 딸로 태어나서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는 삶이 어떠한지 상상해 보지 못했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마음과 우정은 내 가슴속 깊은 곳의 추억을 꺼냈지만, 그냥 다시 집어 넣어버렸다.

 

지독한 가난과 처절한 운명은 왜 인간의 삶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꽃은 철저히 짓밟혔다. 철모르는 아이 백희와 무당의 딸 기련과 그리고 권력의 희생양인 아씨까지... ...

 

작가는 인조시대의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위 주인공들의 삶을 너무나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특히, 주인공 무당의 딸 기련의 주어진 운명 즉 그녀만의 시구문을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운명도 결국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한다. 그녀의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이성인 백주의 죽음과 아름답고 착한 아씨의 비참한 몰락도 자신들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했으나, 기련이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처절한 삶의 자유는 시구문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닐까? 오로지 죽음만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닌지……. 누구에게나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삶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21세기의 세계정세를 보더라도, 하루하루 먹고살기 급급하고 늘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도 진정한 자유란 없다. 참다운 행복은 사치일 뿐이다.

 

가슴 한구석이 아리고 쓰린 느낌이다. 하지만 심장은 뛰고 있었다. 시구문을 나와서 새로운 시작을 하리라 나 또한 다짐해본다. 끝으로 이렇게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소설을 써 준 작가에게 독자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음 작품 또한 기대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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