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2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방교영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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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의 단편소설 집이다. 이 책을 읽고 서의 내 느낌은 한마디로 !’ 이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었다. 모든 이야기가 생생하게 보였고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왜 러시아에서 위대한 문호들이 나오는지 이 분의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하게 되었다. 척박하고 혹독한 겨울 왕국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카자코프는 그러한 러시아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랑, 외로움, 소외감, 인생 등.

 

테디라는 곰의 이야기는 인간의 삶의 흔적을 뚜렷이 나타내주고 있다. 서커스단에 길들어서 인간에 의해 사육된 곰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생존본능에 이끌려서 먹잇감을 찾아 숲을 다녀도 그에게는 그곳은 낙원이 아니라 그 또한 지옥이었으리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뭐가 다른가? 사회라는 울타리에서 우리의 삶은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착취와 가치의 착취를 당하며 마치 그게 인생의 꿈처럼 포장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면 추운 겨울 구덩이에서 죽음만이 그를 진정한 자유를 주었을는지도.

 

못생긴 여자의 세상에서의 편견은 그녀의 사랑에 대한 인식조차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거울을 보고 또 보아도 자신처럼 못생긴 여자는 없어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는 그저 자기를 학대하고 성욕만 푸려는 대상으로 비칠 뿐이다. 이 또한 세상의 편견에 대한 잣대와 쉬운 모습을 그려내었다.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현실은 돈을 벌어서 성형하는 사람들로 분비고 강남의 성형외과의 신화를 탄생시켰다. 겉모습보다 더 중요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불행한 삶은 사랑도 꿈도 모두 가져갈 테니까 말이다.

 

권태란 삶을 좀먹는 벌레와 같다. 떨리는 이성 간의 감정도 애타는 연인과 즐거움도 서서히 사라지게 만드는 좀과 같다. 나는 카자코프의 단편집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연인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왔던 여자와의 이별. 남자는 그녀와 보내는 힘든 여행도 소중하게 생각되고 기대에 부풀었지만, 그것은 그녀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교감이 그처럼 중요하다. 상대와의 교차와 느낌이 작은 긴장감을 주고 설렘을 주는 것이다. 사랑이 일방적이라면 상대는 쉽게 지칠 것이고 우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본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앞으로도 또 봐야 할 책 목록에 포함 시킬 것이다. 예전에 미처 몰랐던 러시아의 숨은 거장을 만난 기쁨은 아직도 내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꼭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인생과 사랑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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