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화염
변정욱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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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

 

1974815일 국립극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조명하여 제4공화국의 참혹한 현실을 박진감 넘치게 표현한 소설. 요즘 내가 지나는 저 국립극장이 그런 장소였다니 약간의 소름이 끼친다. 이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 연출자 변정욱씨의 작품으로 책을 읽어가면서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불운하고 지독한 가난이 있던 시절의 아픔을 그려냈는데 가발공장 여직원 은수가 형사 영진을 기다리는 서울역이 어찌나 슬픈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미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하였기에 결론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해피엔딩을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삶과 애환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복선이 깔린 내용마저 나를 슬프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육영수 여사의 죽음이 무엇이길래 수많은 대중이 자기 일들처럼 울었을까? 나 또한 그 시절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어머니와 사람들에게서 들어왔기에 생소한 내용은 결코 아니었다. 1979년 박정희 서거 때에도 그러했으니 말이다. 흑백 TV 앞에서 우시던 어머니의 모습과 괜히 옆에서 따라 울던 철부지 7살 아이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 된다.

 

이 세상에 알아서는 안 되는 진실은 결코 없다.” 작가의 고변이 나에게 전달하는 강력한 메시지는 하나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다.’ 세상에서 권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습성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와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괴롭힐 수 있다. 적절한 자기 균형이 필요하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아톰이 있을까? 주인공 민규의 아들이 좋아하는 아톰. 아버지 신민규. 어린 아들에게는 분명히 아버지가 아톰이었다. 초라한 국선변호사가 아닌 세상에 진실을 밝히는 아톰. 어쩌면 세상에 보이지 않는 아톰이 수없이 존재하려나?

 

책의 표지에 8월의 화염이란 한 가지 사건을 겨냥하고 있다. 그리고 리볼버 소총. 깨진 유리.

육영수 여사를 누가 죽였을까? 다시 한번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 알아서는 안 되는 진실은 결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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