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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 선집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모키치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평점 :
만요슈 선집
처음 접해보는 일본의 고전 시가집이다. 지식백과에서는 수필로 분류하나, 기원 4세기에서 8세기까지 약 4500수의 가사집을 망라하고 있다. 이 책을 접하면서 언어의 정원이라는 일본 만화를 알게 되었다. 거기서 등장하는 아름다운 표현이 바로 만유슈 즉 만엽집에서 발췌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와준다면 그대가 돌아가지 않도록 붙잡으련만’ 이것이 바로 언어의 정원에 삽입된 표현이다.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가사는 내게 만요슈 선집이라는 책에 관심을 이끌었고 극기야 작은 카드에 적기 시작하였다.
‘드넓은 바다 웅대한 구름 위로 석양이 비치니 오늘 밤 뜨는 달은 분명 청명하리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이 시가의 글을 감상하며 맑은 마음으로 더러운 것에 물들지 않고, 불의한 것에 현혹되지 않으며,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리라고 다짐하였다. 그 당시 이 시의 배경은 전장을 떠나는 장수의 마음이었다는데 안타까웠지만 말이다.
‘나의 남편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깊고도 깊은 나바리의 산 너머로 오늘 가고 있을까?’
남편을 그리는 애타는 마음이 저리도 애절할 수 있을까? 나바리 즉 바다 깊은 해초로 이루어진 산 너머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고개를 들어 초승달 바라보니, 언뜻 보았던 그 임의 가는 눈썹 저절로 떠오르네.’
어제였다. 고가를 달리며 바라보던 초승달이 조각배 되어 하늘에 달려 있었다. 청명한 밤하늘에 달려 있던 초승달이 나를 반겨주니 그 길이 외롭지 않았다. 이 구절이 끌리는 건 내 마음의 소리를 대변하는 까닭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요슈 선집은 몽환적이고 애절하기까지 하다. 자연을 그리는 노랫말은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의 나를 너무나도 잘 대변해 주었다. 이 책은 이처럼 아름다운 시구를 소개하면서 시대적 배경과 등장인물을 끌어내곤 한다. 고대 일본에서 표현되는 다소 생소한 문구들의 해석과 표현들을 상세하고도 명료하게 설명한다.
이 오래된 고전 시가에는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면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애환이 짧은 시구에 선명히 담겨있다. 인간의 삶과 죽음 희로애락이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했으면 그때로부터 천 오백 년이 가까웠을 지금의 나에게 무한한 공감과 선율을 선사했다.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