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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비상 - 매와 부성애에 대한 아름답고도 잔인한 기억
벤 크레인 지음, 박여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평점 :
자유를 향한 비상
맹금류 하면 선뜻 떠오르는 것이 무서움이다. 날카로운 부리나 발톱만큼이나 눈빛은 차갑고도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 표지에 나오는 매는 오히려 순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주인공의 매가 아닐까 하여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책을 보면서 나는 매와 같은 새를 길들이고 사냥하는 것이 인간적인가 싶었다. 중동의 부자와 매사냥을 나가고 유럽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 행해지는 잔인한 일들이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맹수에 대해 경이로움보다는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도 생동감 있는 사실적인 묘사가 내가 작가의 새들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하였다.
중동의 매사냥 훈련은 매의 숨겨진 야생의 본능이자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창공을 날고 먹잇감을 포착하는 순간 매의 눈의 동공이 확장되고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먹이를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장소로 몰고서 단숨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잇감의 심장을 파고든다. 외마디 처절한 비명만이 짧게 초원을 가로지른다. 이렇게 쓰고 나니 작가의 매사냥에 관한 묘사를 적절히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독수리, 올빼미, 부엉이, 송골매 등 이런 것들을 교잡해서 새로운 혼합 종을 만들다니? 무지막지한 인간들이 별짓을 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맹금류의 어벤저스를 만들 계획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당장 그런 짓을 그만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나에게 단지 그런 느낌만 들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삶과 죽음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움. 형언할 수 없는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이 들어있다. 창공을 가르는 독수리와 쫓기는 노루의 긴박함이 느껴진다. 넝쿨에 걸려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노루를 공격하는 독수리의 모습이 본능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를 보여준다. 굽이치는 강과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소리에 흠뻑 빠져보자. 빽빽한 도시의 삶 속에 한 번쯤은 꿈꿔왔던 나의 삶을 원초적인 모습으로 돌려보고 싶어졌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에 굽이치는 계곡을 따라 날아가는 독수리의 소리를 들어보자. 자유를 향한 비상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