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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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성경의 첫 책인 창세기에 의하면첫 인간 아담을 지은 후 하느님께서는 아담의 갈비뼈를 빼서 여자를 창조하셨다그러면서 여자를 창조하신 목적이 남자를 보완해 줄 돕는자라고 말한다고린도 전서 11장에서는 모든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고 여자의 머리는 남자이며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느님이시다.”라고 한다이 책은 이 두 성경 구절을 왜곡한 칼 목사와 국민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자기 맘대로 권력을 휘두르려는 대통령이 만나서 순수 운동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나 여자들을 가혹하게 대하는지 그리는 소설이다.

 

그들이 집권하면서 여자들은 다니던 직장에서 모두 쫓겨나 공공영역에서 배제당하고 동성애자들과 간음한 여자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치욕과 고통이 더해진다투표권도 없다글을 읽어서도 안 된다그저 집에서 가정주부 역할만 해야 하며여학생들이 받는 수업도 가정수업이 전부이다하루에 100단어 이상을 말하면 손목에 채워진 카운터기에서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주인공 진은 자신의 어린 딸 소니아가 100단어 이상을 말하지 못하도록 그녀만의 방법을 사용한다딸의 언어기능과 감정 기능을 점점 사라지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방법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보니 가슴이 아프다.

 

진의 큰아들 스티븐은 칼 목사의 사상을 온전히 따른다엄마 진에게 여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겨주는데가뜩이나 힘든 진에게 또 다른 비수를 꽂는 장면이다다정하고 상냥했던 아들이자소니아의 오빠인 그가 변해버린 것이다게다가 결혼 전에는 착하다고 생각한 남편이 대통령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의사로 있어서 나약하고 매력 없는 남자로 보였다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불편했던 사실이다내가 보기엔 현명하고 신중한 남편이며 사랑 많은 아버지인데 그녀가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동료 로렌조와의 불륜을 정당화하려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이 소설에서 굳이 이 불륜 내용이 필요했을까차라리 남편이 가족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그동안 했던 행동들을 되돌아보고 그리워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의 정서에는 더 맞는듯하다.

 

대통령 형이 스키사고를 당하여 실어증에 걸린다실어증에 관한 연구로 이미 결과물을 만들어 놓았던 진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하지만 남편의 비밀서류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실어증 치료보다도 실어증을 유도해내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다시 말해 사람들특히 여자들을 실어증에 걸리게 하여 아예 말을 하지 못 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다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 이런 생각까지 하는 끔찍한 통치자가 결코 없기를 바란다.

 

책의 후반부의 우체부 델의 계획적인 체포델과 남편 페트릭의 관계위장 취업으로 깜짝 놀라게 한 포의 신분이 밝혀지는 내용은 재미를 더해 주었다.

 

만약 나에게도 하루 100단어만 사용하라는 벌이 주어진다면 어떤 단어들로 하루를 채워 나갈까언어의 소중함과 통치자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소설이다그리고 세상의 불합리함과 싸우기 위해 힘쓰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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