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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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장의사란 직업이 어떤 것인가? 죽은 사람에게 옷(수의)을 입히고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입관(죽은 사람을 관에 넣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하였다. 그게 내가 본 전부이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 난 장의사란 직업을 새롭게 보았다. 대부분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의 사체를 만지거나 처리하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장의사는 시체를 방부처리하고 화장을 하며 부패한 시체마저도 처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서 솔직히 끔찍스럽기도 하고 나라면 도저히 못 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니 정말 그렇다. 지금도. 그렇다고 죽음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직업이라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이란 것이다. 저자 도티가 사랑에 실패한 것도 어쩌면 장의사란 직업 때문이 아닐까? 다만 죽음이 침대 이불에 숨겨놓은 이상한 모양의 인형같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의 마침표라는 인식을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즉 죽음을 자연의 일부 현상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티는 티베트의 장례문화처럼 죽으면 산이나 들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했다. 마치 조로아스터교의 관습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것도 낫지 않을까?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도. 도티의 말처럼 우리가 그동안 먹어왔던 짐승들에게 돌려주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나는 오늘날의 상업적 장례문화가 한 인간의 숭고한 죽음을 맞이하는 유가족에게 죽음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켜 버렸다고 생각한다. 도티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죽음이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고 나이가 들어서 노화 과정으로 죽든 병으로 죽든 아기 때 죽든 죽음은 마땅히 그 사람이 받아야 할 숭고한 업적이자 표창장이다. 어떠한 죽음도 그에게 있어서 비난받을 일은 없다고 말이다. 심지어 범죄자도 죽음 그 자체로 죗값을 치른 것이라고 성경에 나온 말씀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시계 초침이 정해진 시간에 계속 움직일 것으로 생각한다. 누구도 저 시계가 언젠가 멈출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멈추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다. 인간의 죽음도 그러하다. 오늘 죽을 지라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행복한 것이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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