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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되기 싫은 개 - 한 소년과 특별한 개 이야기
팔리 모왓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월
평점 :
개가 되기 싫은 개
생생한 자연의 아름다움. 어린 시절의 기억. 개와 사람의 이야기. 부엉이, 뱀, 청둥오리. 어떻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렇게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마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가서 숲의 공기와 새들의 지저귐과 휘어진 시골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우연히 찾아온 영원한 친구.
이들의 만남은 그러하였다. 머트(리트리버 잡종견)와 주인공 소년 팔리. 새끼오리를 팔러온 소년에게서 어머니가 단돈 5센트로 산 볼품없는 강아지. 비록 아버지가 원하던 혈통 있는 사냥개는 아니었지만, 이 강아지는 유독 다른 개들과 달랐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다고나 할까? 그리고 자라면서 이 개가 시골 마을의 명물로 알려질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철새인 오리들을 잡아 오고, 땅 쥐들을 사냥하며, 심지어 높은 나무까지 기어오르는 개를 보았는가? 놀라움을 넘어서 경악스럽기까지 하는 우리의 잡종견 머트. 그 녀석은 더 하찮은 개가 아니었다.
수리부엉이와 소년.
난 이 장면에서 한마디로 박장대소했다. 아마 한참 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커다란 수리부엉이가 팔리의 학교까지 따라왔던 사실. 비틀비틀 걸어오는 모습이 마치 술 취한 사람 같아서 상상하면서 웃은 일. 비록 사람에 의해 길들었지만, 고양이를 움켜쥐고 죽이는 야생의 본능을 가진 부엉이. 그리고 안타까운 부엉이의 죽음. 이런 장면들은 독자인 나의 어린 시절을 연상하게 하였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 하교해보니 상자에 담긴 올빼미 새끼들이 올망졸망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후 어느덧 40년이 지났다.
책을 읽고서.
나는 이 책을 읽고서 작가인 팔리 모왓을 검색해보았다. 세상에나. 이분의 연세가 거의 백 세에 가깝다니. 사망 시기가 나와 있지 않은 것을 보니 아직도 생존해 계신 것 같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생태작가로 불릴 만큼 명성이 있는 분인지 정말 몰랐다. <개가 되기 싫은 개> 작품 이외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과 인간의 우정과 사랑을 담아냈다고 하니 꼭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감사했다. 팔리모왓이란 작가를 통해서 나는 아름다운 캐나다의 호숫가에서 머트와 함께 오리를 쫓았고, 대자연의 숨 쉬는 호흡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골길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개울가의 진흙 길에 난 뱀의 발자취를 보며 소름을 느끼기도 했고, 햇살이 부서지는 파도에서 ‘스카치 보닛’(팔리의 아버지가 구입한 배)를 타고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 늘 사랑스러운 개 머트가 있었다. 영원한 친구 머트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