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2
시간을 사고판다는 주제는 무척 신선하게 느껴진다. ‘시간을 사라’는 말은 흔히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에서 덜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고 더 중요한 것들을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말로 이해된다. 그런데 시간을 판다는 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공부하기에도 벅찬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시간을 낸다는 것일까? 대학에 가기 위해 봉사 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함일까? 그들이 시간을 파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형식으로 진정한 봉사 정신을 담아낸 소설일지 궁금하다.
김선영 작가의 시간을 파는 상점은 2011년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인 나로서는 1권의 내용과 연관성이 있을 것 같아 그 대략의 내용을 사람들의 서평을 통해 살펴보았다. 백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개설하고 의뢰를 받아서 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곳에서 2권의 내용을 주도적으로 함께 이끌어 줄 강토와 이현의 이야기도 볼 수 있었다.
온조는 이현, 난주, 혜지와 함께 카페를 운영한다, 첫 번째 의뢰는 ‘새벽5시’라는 닉네임이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학교 지킴이 아저씨의 해고 소식을 전하며 아저씨의 복귀를 위해 힘써 달라는 내용이었다. 네 명의 멤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카페에 공지를 띄우고 아침 일찍 교문에 나와 플래카드와 피켓으로 학교 측의 부당함을 알린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의 호응를 얻어낸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아름답게 해결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주임 선생님의 압력을 이겨낸 장면이 학생들의 용기를 빛내 주었다. 학생부에 학교의 방침에 순종적이지 않고 물의를 일으킨 학생으로 기록된다면 대학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압력을 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생 이강준과 불곰 선생님의 도움으로 멋지게 해결한다. 좋은 기록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사실은 이렇게 용기있게 자신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학생부는 오히려 아름답게 꾸며질 것으로 믿어본다.
혜지와 아린이의 이야기는 지균으로 대학을 가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 오로지 1등이어야 한다는 지나친 경쟁심리가 가져온 씁쓸한 내용이다. 절친이던 그들을 갈라놓은 것은 교육시스템의 문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의 부모까지도 내 자식만을 생각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다행히 혜지가 수학 공부 의뢰를 한 동하로부터 공부 잘 하는 친구를 경쟁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본받아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며 아린이와의 문제를 해결한다. 아린이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숲속의 비단’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자신이 오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을 대신해 전신이 마비된 아버지에게 책을 읽어달라는 의뢰를 이현이 수행한다. 이현은 살아있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차이에 대해 그 아버지로부터 질문받는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사람의 심정,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내에게 짐만 된다는 아버지의 아픈 마음이 저절로 눈물짓게 만든다. 내가 아버지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나 역시 똑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 책을 다른 분들도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