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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유월은 ㅣ 큰 스푼
신현수 지음, 최정인 그림 / 스푼북 / 2019년 6월
평점 :
그해 유월은
한반도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하지만 6, 25전쟁은 같은 민족끼리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그리고 현재 살아있는 많은 국민은 직접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 중이므로 여전히 그 영향력 아래 있다. 그런데 어린이들에게 6, 25전쟁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저자가 어린이들에게 그 전쟁의 아픔을 어떻게 소개할지 기대가 되었다.
저자 역시 6, 25를 겪어보지 않았지만, 당시의 참혹한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가르치려 했다.
우정의 숲에서 함께 공부하고 웃으며 뛰놀던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에게 하루아침에 바뀐 세상은 공포와 충격 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경찰이셨던 필남이네는 밤에 몰래 떠났고 그 집에서 일하던 분이의 아빠는 인민위원장이 되어 필남이네 집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동네의 아이들은 인민학교에서 공산주의 사상을 배우게 된다. 그곳에서 분이는 인민학교 선생님의 충실한 학생의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주인공 종희에게는 이러한 모습들이 낯선 것은 물론이거니와 분이에 대한 배신감마저 생긴다. 그러면서도 필남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셋이서 참된 우정을 쌓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잘 드러난다. 어쩔 수 없는 분이의 행동들에 대해 아직은 어린 소녀인 종희가 이해하기란 어려웠을 것인데, 이점도 놓치지 않고 잘 쓰여졌다.
필남이네 아빠가 인민재판을 받은 후 총살형을 받고, 종희의 아빠와 중학생인 오빠가 군대에 끌려가는 모습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큰 상처였다. 게다가 미군의 비행기 폭격 때문에 동생과 할머니가 숨지고 엄마까지 찾지 못하게 된다. 당시에 얼마나 많은 전쟁 고아가 고통스러운 생활을 했을 것인지 잘 그려졌다. 그 폭격으로 종희도 고아원에서 생활하다 외출을 하였는데 우연히 엄마를 만나 외갓집으로 갈 수 있었다. (이 장면은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이다.)
임신한 엄마와 소아마비인 동생, 연로한 할머니, 이제 겨우 5학년인 종희가 서울에서 경상도로 피난을 가면서 힘들지만, 서로를 위하는 가족애도 엿볼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밖에 안 된 종희의 오빠 종식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할머니와 남동생을 손수레에 태우고 끌고 가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작가는 북한의 편을 들지도 미국의 편을 들지도 않는다. 그저 어린이의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았다. 악몽과도 같은 그런 전쟁이 없어질 날을 고대하는 마음을 듬뿍 담은 책이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어 본다면 현재 평화로운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에 감사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중한 시기에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