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 - 김미선의 그림산문집
김미선 그림, 김인현 글 / 청하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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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블루데이북>으로 대표되는 그림산문집이 유행하고 있다. 누구는 독자들의 조급함을 이야기할 것이고, 누구는 그림 하나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림 산문집이 유행하게 되는 것은 글자만 빽빽히 있는 아날로그적 책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김미선의 그림산문집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는 아주 작은 판형의 포켓북같은 단아한 느낌이 든다. 글을 쓴 김인현씨의 감수성은 고개를 끄덕여지게 만들고, 김미선 씨의 그림은 글의 감수성을 폭 젖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 읽었을 때 너무나 편안하게 넘어가는 책의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꼼꼼히 하나둘씩 살펴봤을 때는 그림 페이지의 글과, 김인현씨의 글이 서로의 개성을 나타내주지 못하는 반복성을 느끼게 한다. 감수성이 이 책의 큰 매력일지라도, 감수성만을 강요하는 듯한, 그리고 글쓴이와 그림 그린이의 글의 성격이 너무 비슷해서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림 산문집은 우리들의 가슴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그것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문다면...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다>라는 책이 그 수준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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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가는 길 황석영 중단편전집 2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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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황석영 선생을 이야기할때 나는 '황구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술자리의 좌중을 앞도하는 선생의 입담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이런 별명을 얻었을까.

<삼포가는 길>이라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은 큰 이유가 아니다. 어떤 매체에서 누군가 기억나는 책이라는 코너에 이 책을 소개한 것을 보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황석영 중단편전집 2의 <삼포가는 길>은 작가의 리얼리즘 정신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사용했던 단어와 문장, 현장 속에서만 가질 수 있는 생생함과 사실감이 어우러져 리얼리즘 문학의 한 전형을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작가가 이 단편들을 썼던 시기에 대한 아픔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000년에 발간되었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한씨연대기' '낙타누깔' '밀살' '기념사진' '삼포가는 길' 등이 쓰여졌던 시기는 흔히 말하는 암울한 시기였을 터이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현실을 알려주는 화법보다는 사람들의 대화, 그때의 상황들을 넌지시 비쳐준다. 독자는 그 행간 속의 의미, 사람들의 대화가 의미하는 것 등을 하나씩 밝혀나가야 한다.

리얼리즘 문학조차도 시대의 영향권에서 벋어나기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황석영 선생의 아픔이 전해지는 듯 하다. 소설이기에 술술 읽히지만, 작품 속에 나오는 많은 캐릭터들의 아픔을 맛보아야 한다는 것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곤욕이다.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까. 노동자들이 감옥에 끌려가는 것은 김영삼 정부때보다 많고,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조차도 권력의 힘에 의해 차디찬 거리로 내몰려지고 있다.

부산 아시안 게임에 북한 선수들이 참여했다. 신의주는 경제 특구로 지정되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와의 전쟁을 불사한다는 미국의 놀라운 자만심 또한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악의 축으로 불리고 있는 북한의 변화는 우리를 안심시키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자만과 힘의 논리 앞에서는 아직도 두렵기만 하다. 한국에서 소외된 자들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 자본주의의 무서움 등 아직도 풀어내야 할 문제가 많은데... 리얼리즘의 진정성이 아쉬운 때에 나는 황석영 선생의 <삼포가는 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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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나침반 1
숭산스님 지음, 현각 엮음, 허문명 옮김 / 열림원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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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선입견 하나. 현각 스님에 대한 짧은 지식때문에 이 책은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었다. <선의 나침반>이라면 '선'에 대한 정보와 '선'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1 2권으로 나뉜 <선의 나침반> 1권은 불교에 대한 친절한 정보서다.

특히 소승불교, 대승불교, 선불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불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게 해준다. 특히 선불교에 대한 신비감을 없애려는 노력을 보여준 책이기도 하다. <선의 나침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독자마다 다를 듯 하다. 개인적으로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알았다는 것이 가장 큰 과실이다. 불교가 어렵기만 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허물수 있었던 것은 현각 스님의 차분하고 따스한 설명 덕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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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17일간의 여행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3
조연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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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4박5일간의 사찰수련회를 끝낸 후 나는 내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선(禪)이 무엇인지, 자아가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과 불행이 무엇인지... 나는 사찰수련회 속에서 많은 것을 얻지 못했기에 이런 궁금증이 생긴 것 같다. 우연히 조계사 서점에서 손에 든 조연현 기자의 <나를 찾아 떠나는 17일간의 여행>은 이런 질문에 약간의 답을 주게 됐다.

우선 조연현 기자가 참가했던 여러 명상 훈련에서 겪은 사람들이 고통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내가 생각했던 나만의 고통의 양이 이렇게 사소한 것이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내 주위 아니 우리들의 주위에는 가슴이 숯검정이 될만한 고통을 안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들의 사연에 난 눈물을 흘리게 됐다.

그리고 명상 훈련이 여러 색다른 방법을 알게됐다. 불교의 참선방법 의외에도 여러 다양한 방법들이 제각각 특성과 개성을 가지고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정보가 좋았다. 종교의 벽을 가지고 있다면 접해보기 힘든, 그리고 정보도 얻기 힘들었을 여러 명상수련회.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된 수련회가 생겼다. 불교만이 참선을 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 조연현 기자의 프로의식을 느낄 수 있다. 그도 함께 명상 훈련에 참가해 느꼈기 때문에 이런 풍부한 감성의 책이 발간될 수 있었을 것이다. 외부의 정보만을 가지고 썼다면 이렇게 나의 마음에 눈물을 흘리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5일간의 사찰 수련회를 통해서 나는 '자신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것을 알게됐다. 이 책은 해답과 정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다만,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길을 알려줄 뿐이다. 그 길은 좁고 꾸불꾸불하기만한 오솔길일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꽃과 향기가 어우러져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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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원성 글, 사진 / 이레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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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 스님. 스님의 글을 읽으면 왜 가슴이 아린지 모르겠습니다. 스님은 언제나 웃는 모습, 즐거운 세상 살이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읽고 있는 저는 스님의 웃음이 또 하나의 아픔처럼 느껴지거든요. 왜 그럴까요? 제가 스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불교에 대한 이해도가 거의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님이 사랑하는 인간을 포함한 만물에 대한 깊은 불심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북한산 보호를 위한 3보 1배를 하는 원성 스님을 보았어요. 반가워야 할 스님 얼굴에 묻은 거리의 오물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시선>을 통해 부자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 기쁨이었습니다. 원성 스님과 금강 스님의 인도 여행기는 전에 본 것같은 여행기는 아니죠. 친절한 여행 루트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는 풍물기행도 아닌데도 <시선>은 참으로 따스한 책이었습니다. 원성 스님이 직접 촬영하신 사진도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성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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