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가는 길 황석영 중단편전집 2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작가 황석영 선생을 이야기할때 나는 '황구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술자리의 좌중을 앞도하는 선생의 입담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이런 별명을 얻었을까.

<삼포가는 길>이라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은 큰 이유가 아니다. 어떤 매체에서 누군가 기억나는 책이라는 코너에 이 책을 소개한 것을 보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황석영 중단편전집 2의 <삼포가는 길>은 작가의 리얼리즘 정신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사용했던 단어와 문장, 현장 속에서만 가질 수 있는 생생함과 사실감이 어우러져 리얼리즘 문학의 한 전형을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작가가 이 단편들을 썼던 시기에 대한 아픔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000년에 발간되었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한씨연대기' '낙타누깔' '밀살' '기념사진' '삼포가는 길' 등이 쓰여졌던 시기는 흔히 말하는 암울한 시기였을 터이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현실을 알려주는 화법보다는 사람들의 대화, 그때의 상황들을 넌지시 비쳐준다. 독자는 그 행간 속의 의미, 사람들의 대화가 의미하는 것 등을 하나씩 밝혀나가야 한다.

리얼리즘 문학조차도 시대의 영향권에서 벋어나기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황석영 선생의 아픔이 전해지는 듯 하다. 소설이기에 술술 읽히지만, 작품 속에 나오는 많은 캐릭터들의 아픔을 맛보아야 한다는 것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곤욕이다.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까. 노동자들이 감옥에 끌려가는 것은 김영삼 정부때보다 많고,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조차도 권력의 힘에 의해 차디찬 거리로 내몰려지고 있다.

부산 아시안 게임에 북한 선수들이 참여했다. 신의주는 경제 특구로 지정되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라크와의 전쟁을 불사한다는 미국의 놀라운 자만심 또한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악의 축으로 불리고 있는 북한의 변화는 우리를 안심시키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자만과 힘의 논리 앞에서는 아직도 두렵기만 하다. 한국에서 소외된 자들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 자본주의의 무서움 등 아직도 풀어내야 할 문제가 많은데... 리얼리즘의 진정성이 아쉬운 때에 나는 황석영 선생의 <삼포가는 길>을 만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