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읽고 난 후 변화된 저의 모습에 흠찟 놀랄때가 있습니다. 스치는 바람에도 잠시 길을 멈출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무심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웃음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습니다. 무작정 나무 많은 거리를 하염없이 걸을 수 있는 인내도 생겼습니다. <풍경>은 어느 덧 제 내면의 '풍경'을 응시하게 만듭니다. 원성 스님이 입적을 하기까지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입적 후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서러움을 느끼지만 말입니다. 원성 스님이 도반과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된 시간에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마다 저는 제 자신이 무장해제 됨을 느끼고 있습니다.<풍경>은 불교라는 종교를 넘어선다고 생각합니다. 스님들의 생활이 대중들의 삶과 전혀 다른 이상향의 삶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그리고 보여주신 동자승의 순진무구함은 어느 아기를 보던지 느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어느샌가 잊어버렸던 게죠. 스님께서 말씀하신 '도반'과의 우정은 친구와의 우정과 별반 다른 게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언제부턴가 친구가 경쟁상대로 보이는 삶의 비극성 때문에 우리는 흠찟 놀라게 되는거겠죠.스님... 지금까지 잊어왔던 삶의 소중함들을 <풍경>을 읽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스치는 바람에서도 희망을 느낄 수 있을 만큼요.
얼마 전부터 TV 드라마를 통해서 '동양극장'이라는 단어가 친숙해졌다. 대체 어떤 극장이길래?라는 질문과 함께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읽을 수록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 곳이 바로 '동양극장'이다.근대적 화술론을 집대성했다는 평을 듣는 '황철'과 뛰어난 연기파 배우였던 '차홍녀'를 위시해 동양극장은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최대의 흥행사라는 홍순언과 배구자 부부가 설립한 동양극장에는 최독견을 위시한 엘리트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당시의 유명 연극 배우들은 '동양극장'의 놀라운 시스템을 찾아 들어왔다.그 놀라운 시스템이라는 것은 '연중 무휴 연극 상설관', '배우 월급제' 등 지금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그때 당시에 해냈다. 그리고 당시에 놀이거리가 없던 시대상황과 잘 어울려 연극은 최대의 문화상품이었다는 것도 놀랍다.이렇게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동양극장'과 관련되어 있던 사람들을 설명한 <동양극장의 연극인들> 또한 재미있는 책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특정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당시의 상황을 현장감 있게 알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황철이라는 대배우가 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는가의 원인을 알고 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연극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재미로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양극장'은 알면 알수록 신기한 공간이다.
지허 스님의 <선방일기>에는 속세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다툼, 해학, 고민 등 모든 것이 담겨있다. 불교에 약간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궁금해할 스님들의 생활이 잘 묘사되어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맛이다. 특히 상원사 동안거 기간 동안 이뤄지는 절 생활은 신기하기보다 친숙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산사의 겨울 채비인 김치를 담그는 것부터 스님들은 동안거 준비에 들어간다. 자신의 물건이 별로 없는 탓에 개인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는 별로 없어보이지만 스님들은 자신의 조그마한 물건들도 아주 정성스레 기우고 떼운다. 또한 선방에서 이뤄지는 스님들의 토론(?)은 어느 조직에나 생각차이와 가치관의 충돌이 있다는 것을 실감적으로 보여준다. '올깨끼'와 '늦깨끼'에서처럼 선배와 후배를 가리는 습성이 스님들에게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자신은 잘났다는 자만심에 단식을 하는 스님이 포기하고 절을 떠나는 모습도 속세의 삶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선방일기>는 지허스님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선방 스님들의 일상을 쫓아가고 있다. 과장도 절제하고 그리고 스님들의 장점만을 비추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스님이나 속세대중이나 살아가는 것의 차이는 '어떻게'라는 것임을 이 책은 잘 설명해준다. 개인적으로 스님들의 해학넘치는 재기와 행동으로 스님들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된 것이 가장 좋았다. 책도 우리의 고서처럼 편집을 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술술 잘 읽히는 에세이집 같다. 특히 앞부분에서는 작가가 줍거나 구한 나무로 만들었던 아이디어 상품(?)에 관한 것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목수일기>를 읽다보면 나도 나무와 연장만 있으면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까지 할 정도로 김진송씨는 작품을 너무 쉽게 만드는 것 같이 읽힌다.그리고 나무에 관련된 상식은 DIY를 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어떤 나무로 물건을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김진송씨는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 하나 이 책에서는 '자연'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진송씨는 전작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에서처럼 상식으로 받아들였던 신화를 여지없이 깨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다'라는 신화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김진송씨는 이야기한다. 어떠한 물건이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다는 것은 '자연'을 떠난 이상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특히 자연을 떠나 인간 사회로 들어온 물건은 도저히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고 김진송씨는 강변한다. 이 강변속에는 자신도 자연 속에서 나무를 가져다 작품을 만들지만, 나무는 자연속에 있어야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들이 손쉽게 자연속에서 난 재료로 실생활과 어울리는 물건을 만들면서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는 것은 우리들의 욕심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서울을 떠나 농촌에서 목수일을 하고 있지만, 김진송씨는 역시 일상의 상식을 뒤집을 줄 아는 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목수일기>에 나온 작품 중에서 '게으름뱅이를 위한 테레비 시청용 두개골 받침대'를 가지고 싶다^^*
플립과 블롭, 캐롤과 아이샤, 코버와 아이샤, 코버와 보브 등등...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철학적 명제를 대화로써 하나씩 풀어나간다. 그러면 결론은 있는가? 그것은 아니다.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은 어떤 철학적 명제에도 답변을 명확하게 내리는 것은 없다. 유물론, 신의 존재, 존재론의 문제 등 철학의 기본적 명제에 대해서 섣부른 해결책보다는 독자들이 몇가지 추론 중에서 골라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도록 만들고 있다. 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바를 대신 말해주는 또 다른 나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철학 명제의 해답 속의 오류와 헛점들은 상대방 타자가 조목조목 지적을 하면서 또 다른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이 책속에 보여진다. '개똥철학'이라고 하나! 우리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 속에 머물고만 있는 철학은 정말 개똥철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철학도 완전하지 않을 것이다.우리의 철학속에서 잘못점을 발견하고, 오류를 인지한다면 발전과 진보는 그 속에서 커나갈 것이다. 상대방과 나의 이러한 상대성을 잘 보여주는 책이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이다. 우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철학을 좀더 심도있게 끌고 나갈 수 있도록 이책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의 진도가 약간 늦어도 이 책은 곁에서 지켜봐주는 사려깊은 스승같다는 느낌이 든다. 오래간만에 철학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참 이책에 나오는 삽화가 참 귀엽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