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과 블롭, 캐롤과 아이샤, 코버와 아이샤, 코버와 보브 등등...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철학적 명제를 대화로써 하나씩 풀어나간다. 그러면 결론은 있는가? 그것은 아니다.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은 어떤 철학적 명제에도 답변을 명확하게 내리는 것은 없다. 유물론, 신의 존재, 존재론의 문제 등 철학의 기본적 명제에 대해서 섣부른 해결책보다는 독자들이 몇가지 추론 중에서 골라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도록 만들고 있다. 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바를 대신 말해주는 또 다른 나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철학 명제의 해답 속의 오류와 헛점들은 상대방 타자가 조목조목 지적을 하면서 또 다른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이 책속에 보여진다. '개똥철학'이라고 하나! 우리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 속에 머물고만 있는 철학은 정말 개똥철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의 철학도 완전하지 않을 것이다.우리의 철학속에서 잘못점을 발견하고, 오류를 인지한다면 발전과 진보는 그 속에서 커나갈 것이다. 상대방과 나의 이러한 상대성을 잘 보여주는 책이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이다. 우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철학을 좀더 심도있게 끌고 나갈 수 있도록 이책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의 진도가 약간 늦어도 이 책은 곁에서 지켜봐주는 사려깊은 스승같다는 느낌이 든다. 오래간만에 철학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참 이책에 나오는 삽화가 참 귀엽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