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 시야를 열어주는 휴머니즘의 대답들
앤드루 콥슨 지음, 허성심 옮김 / 현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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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

앤드루 콥슨의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는 인본주의를 주제로 한 대담집이다. 원제는 What I Believe로, 동명의 팟캐스트에서 2020년부터 진행한 대화를 엮었다.

인본주의적 세계관은 본질적으로 진보적이며 역동적이다. 모든 사상과 가치, 신념은 언제나 질문받을 수 있고 끊임없이 수정될 수 있다. 태곳적부터 이어져온 불변의 전통이나 절대적인 권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하나의 대화가 있을 뿐이다. 이 책이 그 의미 있는 대화의 여정에 여러분이 함께하도록 돕는 안내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p.10

처음에는 ‘인본주의’라는 단어가 철학적인 장벽처럼 느껴져서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다. 그런데 인본주의를 ‘휴머니즘’으로, 인본주의자를 ‘휴머니스트’라고 생각하니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정확한 개념을 설명하기는 어려워도 그 말이 주는 온기는 분명히 존재한다.

‘믿는다’는 표현은 신앙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저자는 빈번하게 종교적 세계관과 인본주의적 관점을 대비시키며 초월적 존재보다 인간 내부의 윤리와 서로를 향한 연대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몇 년 전이었다면 생소했을 수 있었겠지만 창비클럽 1기에서 ‘연대’를 접한 뒤라 이번 책을 읽으며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었다.

책에는 스티븐 핑커, 이언 매큐언 같은 익숙한 이름부터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까지 서른 명이 넘는 다양한 인사들이 등장한다. 각기 다른 배경과 직업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인본주의를 이야기하는데 결국 그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 다양성에 대한 공감, 세상을 이해하려는 열정이 놓여 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의 질문 방식이다. 앤드루 콥슨은 단순히 질문자가 아니라 사유를 끌어내는 안내자에 가까웠다. 대담자들은 유년기의 경험, 삶을 대하는 가치관,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공유한다. 이뿐만 아니라 협력, 표현의 자유, 예술의 가치, 회복 탄력성, 평등, 기후 위기 등 굉장히 폭넓은 일상 주제에 대한 고찰도 함께 이루어진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시야를 넓혀주고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그래서 읽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묵직한 인상을 남겼다. 자연스레 ‘무엇이 나를 인간답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대담 참여자의 저서가 함께 소개되어 있어 인상 깊었던 참여자들의 책을 읽고 싶어진다. 또 읽을 책 목록이 늘어났다. #무엇이우리를인간답게하는가 #앤드루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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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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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

김멜라의 <리듬 난바다>는 제목부터 낯설다. 소설에서 말하는 ‘리듬’이 무엇인지, ‘난바다’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궁금해 단서를 찾으려 할 즈음, 작가는 흡입력 있는 문장과 서사로 독자를 자신이 만든 허구의 세계로 이끈다. 그 세계는 너무나 생생해서 오히려 현실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허구와 현실의 세계는 정확히 연동한다.
한쪽의 실재감을 옅게 하면 다른 쪽의 실재감도 같이 옅어진다. p.87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영화와 실시간 방송이라는 장치다. 등장인물 둘희는 <더 없이 오래 사는 따개비>와 <배부른 구름>을 반복해서 보고 해석하며 감독에게 빠져든다. 은유와 의도적인 연출로 질문에 다가가는 영화와 달리 실시간 방송 <욕+받이>의 출연자 반응이나 시청자 댓글은 연출자가 통제할 수 없는 날것의 현실을 드러낸다. 이 대비 속에서 인물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에 흔들리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려 하는지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읽는 내내 두 영화와 라이브 방송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리듬 난바다>에는 사랑 이야기와 사회적 현실이 함께 존재한다. 로맨스 알레르기가 조금 있는 사람인 나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서사는 폭넓은 결을 갖고 있다. ‘보편적 평등법’과 ‘혐오 표현 금지법’을 오가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덜어줄테니 죄를 가져오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가져갈 죄가 없다. ‘츠히(Zhi)’를 보는 둘희와 증오를 필요로하는 한기연, 모순적인 인물들이 보게되는 환영과 착시를 독자는 함께 느낀다.

그리고 그 카드에 적힌 문구는 내 삶에 새겨져 눈앞에 착시를 드리웁니다.
삶은 스물네 컷의 환영, 우리 같이 진실한 꿈을 꿔요.
이 나뭇결의 뒤틀림을 없애면 나의 세계도 함께 쪼개져버릴 것 같습니다. p.479

소설의 각 장은 물때라는 순환 단위로 구성된다. 1물부터 13물까지 사건이 이어지지만 일직선이 아니라 교차된 방식으로 전개된다. 물때가 바뀔 때마다 시점이 이동하고 독자는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장면과 인물을 연결하게 된다. 13물 이후 다시 1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시간이 세대를 거치며 무엇을 쌓고 무엇을 부수는지에 대한 변화의 리듬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소설 속의 상형문자 그림과 법원 판결문, 인물들이 주고받은 이메일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인물들의 정체 역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나도 소설 속 대칭어를 따라해본다. 사랑과 이별, 정치와 법, 영화와 라이브, 태풍경보와 돈키호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딸기 내음과 함께 먼바다, 곧 나온바다의 물결 위에서 넘실댄다. 결국 리듬 난바다라는 낯선 조합의 의미는 끝까지 읽고 나서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낯섦이야말로 김멜라 작가가 던지는 가장 진실한 질문이며 독자가 각자의 세계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도록 남겨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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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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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라일리에게 새롭게 ‘불안’이라는 감정이 등장한다. 1편에는 없었던 이 강렬한 존재는 라일리로 하여금 위기 상황에 대처하도록 돕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정을 폭발시키고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기도 한다. 누구나 그 시절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기에 라일리의 혼란에 자연스레 공감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슬픔과 기쁨처럼 불안도 우리의 내면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어느 순간 그것이 일상생활을 흔들 만큼 커질 때가 있다.

저자 키렌 슈나크는 20년간 수천 명의 성인과 아동을 상담해온 임상심리학자다. 그는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장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를 집필했다. 책 속에서 그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방법들을 제시하며 인생의 전환기마다 찾아오는 불안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알려준다.

저자는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이 불안을 유발한다고 한다. 반대로 긍정적 사고, 유연성, 자기연민, 수용, 그리고 운동은 불안을 완화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일시적인 위안이나 통제감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보다 먼저 불안을 직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악의 상황은 실제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감정을 조절하고 회피 및 안전 추구 행동을 줄이며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불안을 다스리는 핵심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단순히 경험을 전달하는 학자가 아니라, 진심으로 불안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는 점이 느껴진다. 그는 각 장마다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며 직접 노트를 준비해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라고 권한다. 이 과정 자체가 독자에게 자기인식과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며 불안을 다루는 연습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서 배운 전략을 토대로 개선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되, 때로는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좌절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좌절의 순간을 성찰과 배움의 기회로 삼아 침착함을 유지하며 평정심을 되찾자. 당신이 바라는 상태가 되기위해 주의할 점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삶의 불확실성도 수용하자. 또한 마음속에 평온한 안식처를 가꾸어 기쁨과 성취감을 누리자. p.311


불안을 유발하는 트리거는 트라우마인 경우도 있으나 꼭 중대한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갑자기 마주할 수 있는 불안 속에서 중심을 잡는 법을 알아야 한다. 주변에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한 사람이라면 책에서 소개하는 감정에 이름 붙이기, 호흡법 연습, 오감 자극 활동 등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일상에서 조금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불안을알면흔들리지않는다 #키렌슈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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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 - 걷지 않는 인간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
이케다 미쓰후미 지음, 하진수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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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

나이키 코르테즈가 원래 러닝화였다는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을까. 지금은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지는 코르테즈는 1960년대에는 쿠셔닝 기술로 러닝화의 혁명이라 불렸던 신발이다. 당시엔 최첨단이었지만 이제 그 정도의 기술은 운동화의 기본이 되었고 코르테즈는 오히려 러닝화가 아닌 스타일의 상징으로 남았다.

이케다 미쓰후미의 <걷는다>는 건강을 위한 지침서라기보다 ‘걷기’라는 행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탐구와 실천이 담긴 에세이다. 경제잡지 기자인 저자는 걷기의 효능 뿐 아니라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하는지, 걷기 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주제를 확장한다.

특히 발과 신발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시절 아킬레스건염을 시작으로 나는 늘 발을 조심하며 살아왔다. 아치가 약해 인솔과 쿠셔닝이 좋은 신발을 고집했고 운동화는 러닝화가 최고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오히려 고기능성 신발이 발의 근육을 약하게 만든다고 말하며 맨발 걷기나 제로 드롭 운동화를 제안한다. 낯설지만 설득력 있는 관점이었다.

인류학자 제레미 데실바는 내가 도달한 하나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한마디를 단적으로 던지고 있다.
인간은 아치의 손상, 무지외반증, 망치족치(Hammer Toe 발가락 첫째 마디가 구부러진 질환), 발목의 전하경비인대(AiTFL) 손상 등 이런 저런 발의 불편함에 시달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더구나 발의 대부분은 신발-인류가 전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게 한 테크놀로지-에 의해 악화된다. p.186

책의 마지막 장은 저자가 아들과 함께한 자연 속 여행으로 마무리된다. 인간은 자연과 연결될 때 본능적인 행복을 느낀다. 여행의 목적이 관광이나 서점, 카페 투어가 아닌 오롯이 걷기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전환을 해볼 수 있었다.

요즘 러닝이 큰 유행이지만 나는 여전히 걷는 사람이다. 달리는 사람들의 도약이 부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내 발 상태로는 무리라는 것을 잘 알고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방식대로 발을 단련하면 나도 뛸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덧붙여 유발 하라리의 인용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며 저자와 나의 취향이 닮았다는 반가움도 느꼈다. #걷는다 #이케다미쓰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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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일딩 선언 - 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
김산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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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

‘리와일딩(rewilding)’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생소한 개념이라면 이 책은 리와일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화두는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이다. 도로에는 전기차가 늘어나고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며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결국 인간이 스스로 파괴한 자연 속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삶을 이어갈 수 없다는 자각의 결과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저자는 리와일딩의 중요성을 알리고 대중화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인간에 의해 사라진 종들로 불균형해진 생태계를 바로잡는 것은 우리의 적극적인 책임이라는 철학적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리와일딩은 말 그대로 야생을 되돌리는 일이며 책은 독자로 하여금 야생의 속성과 그 역사적 배경을 차근히 이해하도록 돕는다.

리와일딩은 상위 포식자와 대형 초식동물 그리고 핵심종의 복원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단순히 숲을 가꾸자는 환경보호의 차원을 넘어 생태계 내 동식물들이 상호작용하며 선순환을 이루는 이상적인 공간을 지향한다. 특히 ‘두려움의 경관’과 ‘영양 폭포’ 효과는 이러한 야생 생태계의 관계적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핵심종의 개념은 올해 읽은 엔리크 살라의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통해 처음으로 접한 바 있다. 또한 <리와일딩 선언>에서도 등장하는 미국 옐로스톤의 늑대가 남긴 교훈도 언급되어있다. 결론적으로 <자연 그대로의 자연>에서는 ‘재야생화’라는 언어를 사용했을 뿐 맥락은 동일하다. 그렇기에 일부를 다시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의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개인과 민간단체, 정부 주도의 리와일딩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저자 또한 생명다양성재단을 이끌며 파주에 약 400평 규모의 땅을 매입해 직접 리와일딩 실험을 시작했다. 농경지로 사용하던 장소가 변화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책에 수록했다.

인간이 야생의 방문자이든 조력자이든 혹은 일부이든 인간이 리와일딩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라는 데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 그보다도 더 근본적인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의 경험을 위해서다. 몽비오의 말처럼 생태적 권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명으로서 마땅히 접하고 누려야 할 진정한 자연과 마침내 연결되기 위해서다. 자연 자체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다시 설정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p.198


비교적 작은 책이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10년 뒤 우리 곁에 펼쳐질 리와일딩의 찬란한 모습이 기대된다. #리와일딩선언 #김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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