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이 움직이는 소리 3
윤지운 글.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챕터 7 내가 모르는 나에 관해
태온과 레오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서로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그것에 맞추며 지냅니다. 레오는 태온이 다시 깨어났을 때 지장이 없도록 주의하면서 태온인 척 생활합니다. 태온이 산호와 사귀는 관계가 됐을 때도 레오는 그 습관대로 행동하려고 합니다.
그 리듬을 산호의 행동이 흔들어 놓습니다. 처음에는 태온이를 위해서 강의도 들어라, 조별과제도 해라, 자기와 친한 척도 하라며 부탁만 했습니다. 그렇게 레오에 익숙해진 산호가 점차 레오를 레오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문제는 발생합니다.
태온이가 산호에게 해주기로 했던 것들을 레오가 해 주고, 레오가 산호와 공유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태온의 마음이 뒤숭숭해집니다. 분명 산호와 사귀는 사람은 태온, 자신인데 또 다른 인격인 레오가 산호와 잘 지내는 듯하니 기분이 영 찜찜한 거겠지요. 비록 자신의 상황이 빚어낸 일이지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시간 속에서 주고받은 대화와 감정은 오롯이 레오의 것이니 말입니다. 태온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아는 내가 자신이 모르는 감정을, 그것도 자기 여자 친구와 느끼고 있으니 곡할 노릇이 아닐까 싶어요.
챕터 8 hide-and-sick
hide-and-sick, 감추다. 챕터 제목만 보고서 산호의 과거가 다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태온에게 과거를 숨기고 싶어하는 산호와 그 과거를 궁금해하는 태온의 이야기, 서브 스토리로 해리에게 태온이 이중인격자임을 숨기고 싶어하는 산호와 태온이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받은 해리의 이야기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더 아슬아슬해지는 듯도 합니다. 산호가 태온에게 감추는 과거의 이야기도 다루어지지만, 그것보다 더 위태로워 보이는 점은 레오가 태온이에게 둘이 공유한 시간을 비밀로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레오에게 찜찜한 감정을 가지기 시작한 태온이 레오에게 무슨 소리를 해서인지, 아니면 레오가 자체적으로 태온에게 산호를 만난 사실을 말하지 않는 쪽이 현명하다고 판단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레오의 행동에 산호도 동조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큰일로 번지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챕터 9 꽃의 이름
산호는 태오에게 감추는 자신의 이야기를 레오에게 털어놓습니다. 레오는 자신이 단순히 현상에 불과해서 그러는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태온의 착각 혹은 증세에 지나지 않으며, '레오'라는 존재조차도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여기는 레오를 산호는 어떻게든 바꿔주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레오가 느끼는 감정을 자신이 잘 이해한다고 믿어서입니다. 과거 자신의 존재를 확인했던 경험을 레오에게도 이야기합니다. 자신은 태온과 레온을 구분할 줄 아니, 태온은 태온이고 레오는 레오이며, 레오는 레오로서 존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누군가가 꽃을 꽃이라는 대명사가 아니고, 꽃의 이름으로 불렀을 때 한 송이의 꽃이 될 수 있는 것처럼요.
*개인 블로그에 올린 내용 중 일부를 가져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