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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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뒷북치는 감상문을 자주 쓰네요. 책을 읽다보면 이것저것 상상을 닮은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 양이 많으면 일단 감상문을 뒤로 미루곤 합니다.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도 떠오르는 내용이 진짜 감상이겠거니 싶어서요. 어쩌면 단순히 기억력이 안 좋은 것일 수도 있고요.

 이 도서를 읽은 지 약 두 달이 된 지금 생각나는 건 사건 해결 과정도 아니오, 범인의 동기도 아니었습니다. 유가와 교수가 나루미에 한 이야기였습니다. 540쪽-541쪽에 걸친 내용이어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교헤이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다만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교헤이는 침묵했고, 비밀로 안고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 이 사실에 대해, 자신의 행동의 의미를 궁금해 할 날이 올 것이다. 교헤이가 직접 나루미에게 묻는다면 숨김없이 진실을 얘기하라. 그리고 선택은 그 아이에게 맡겨라. 생명에 관한 기억을 품는 사람의 고통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루미이므로."

 교헤이는 뜻하지 않게 사건에 휘말린 아이입니다. 그러니까 사건과 관련하여 피해자, 가해자와 전혀 상관없는 인물입니다. 그저 고모부와 즐겁게 놀기 위하여 행동했을 뿐인 아이. 그 아이는 의도치않게 비밀을 품게 됐으나,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유가와 교수는 교헤이가 감당할만한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그렇게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루미 입장에서는 비밀의 완전체를 품은 채 살아가야 하며, 먼훗 날 찾아온 교헤이에게 전부 이야기해야 하는지 망설이게 될 것입니다. 온전히 밝혔을 경우 변하게 될 교헤이와의 관계를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소설처럼 생명에 관한 비밀과는 별개로 사람은 누구나 비밀은 품고 있습니다. 비밀의 완전체가 너무 무거워서 본인 혹은 상대방이 감당하기 어렵거나, 온전히 밝힘으로써 상대방과의 관계가 뒤틀리는 것이 싫어서 간직할 뿐입니다. 더불어 그 비밀은 '과거'인 경우가 많아서 드러냄으로써 변하는 사실은 없으며, 그저 감당해야만 한다는 상황이 기다리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의 사실만을 얘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받아들이고 나아가기 위하여, 상대방이 비밀을 감당할만큼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그로 인해, 비밀은 항상 존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블로그에 기재한 내용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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