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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2 ㅣ 신의 카르테 2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신의 카르테>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1권보다 조금 더 두껍습니다. 진지함도 더했졌습니다. 1권에서 주인공은 대학 병원에 가지 않고 혼조 병원에 남기를 선택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주인공의 우유부단한 결단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 판단은 '질병에 대한 치료를 행하고, 고통이 있으면 없애주고, 불안하면 그 불안함에 대한 호소를 들어주는 것'을 주치의의 역할이라고 믿는 주인공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괜시리 미안해지더군요. 확고한 신념의 주인공을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만들 뻔했으니까요.
1권 내내 드러났던 대학 병원에 이동하고 싶어했던 이유 중 '부인과 같이 지낼 시간을 만들고 싶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인은 사진가로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그 탓에 주인공이 병원에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도 부인이 없는 날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부인이 돌아와도 며칠 휴가 내어서 시간을 보내기도 어렵습니다. 주인공은 의사이며, 환자의 상태는 예측불가하며, 환자가 위급해지면 주인공은 신념에 따라 병원으로 갑니다. 주인공이 의사이기에 부인을 방치하는 날들도 많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미안해서 심각하게 고민했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런 고민을 품던 주인공이 혼조병원에서 계속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러한 주인공의 신념을 부인이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힘들고 지칠 때 곁에 있어준 사람이 있어서 견뎠다는 뻔한 스토리의 일부입니다. 그런데도 뻔하게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주인공의 고민이 정말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본업이 의사인 작가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의사로서 겪는 고충이나 고민, 느낌이 잘 드러납니다. 환자를 위해서 상시 대기하며 일해야 하는 의사의 역할과 부인과 자녀를 책임지며 돌봐야 하는 가장의 역할을 양립할 수 없는 고충, 매일 몇 번 씩이나 마주하며 살리려고 노력했던 환자의 죽음 앞에서 손 쓸 도리 없이 가만히 있을 때의 박탈감 등 힘든 현실이 표현됩니다. 사실에 가까운 표현 방식 덕에 '부인의 존재'와 '신념이 통하는 동료'도 현실 속에 많이 존재하듯이 보입니다. 사실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배우자가 일에만 집중한다는 이유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사람이 많은 현실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주인공의 신념을 이해하는 부인과 동료는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르고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환상입니다.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려낸 환상말입니다. 그래서 독자들도 믿고 싶습니다. 어딘가에 이런 의사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마치 꿈인줄 알면서도 눈을 감았던 엘리스의 언니처럼.
*http://sady_46.blog.me/140179588303 에 올린 글과 동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