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ㅣ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쳇바퀴 속으로
다음에서 연재되는 웹툰 '미생'입니다. 처음에는 윤지운 작가의 '안티레이디'를 읽는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갓 취직한 신입사원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진지하게, 재미있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짐작했습니다. 여자가 아닌 남자의 시점으로 그려냈기에 '안티레이디'와 비교하며 읽어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참 진지합니다. 아직 회사에서 제대로 일해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공감하기 어렵지만, 웹툰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회사에 취직하고자 하는 취준생들이 읽어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간접적으로 회사의 생활을, 비록 그 생활이 어느 정도의 과장이 포함된 판타지라 하더라도, 엿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이 웹툰은 도입 부분이 오묘합니다. 주인공은 바둑 기사로 입단하려다 실패하고 평범한 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마음 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입니다. 자기의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몇 번이고 중얼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배경을 탓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자기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 세계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거부당했다고 세뇌합니다. 그 후 다른 사람들처럼 한 회사의 인턴이 되어서 신입사원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인턴이 된 계기가 인맥이라는 수단이었지만.
이 부분은 소설가, 시인, 과학자 등 - 이른바 선척적으로 재능을 타고 나야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직업들 - 을 꿈꾸며 20대가 됐고, 그 결과가 뚜렷하지 않아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지 않았을까요?
너만 쳇바퀴 돌 듯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도 쳇바퀴 돌 듯 집중하며 일을 한다. 너의 그 집중력은 다른 곳에서도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그곳에서 잘 안 된다면 여기서도 돌아봐라. 이외로 너 혼자 돌 때보다 나을지도 모르니까, 이외로 네가 좋아하고 잘 하는 분야가 다른 곳일지도 모르니까, 한 번 부딪혀 보라.
*제 블로그에 올린 내용과 같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