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나무
윤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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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태오는 테니스코트를 지납니다. 테니스코트에 굴러다니는 테니스공을 봅니다. 마치 나무 한 그루에서 떨어진 열매처럼 보입니다. 둘은 한 그루의 나무에 ‘테니스 나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테니스공은 한 그루의 테니스 나무에서 동시에 떨어진 집단입니다. 같은 집단인데도 자신이 떨어진 위치, 자신이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빛의 세기와 각도가 다릅니다. 가로등 불빛을 받지 않는 테니스공도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가로등 불빛은 시선입니다. 태오는 시민의 민원을 받습니다. 민원은 어제 봤던 사람이 오늘도 같은 곳에 같은 모습으로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 민원을 태오가 처리합니다. 태오는 K선 CCTV 화면에서 그런 사람을 발견할 수 없어서, B선 담당자에게 연락을 남깁니다. 태오는 메뉴얼에 적힌 사항을 충실히 이행한 셈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노숙인 한 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민원을 넣은 시민은 노숙인을 어제도 봤고, 어제와 자세도 똑같다고 말합니다. 역사는 K선과 B선의 환승 구역입니다. 사람이 많은 장소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노숙인을 보지 못했거나 봤다고 해도 그냥 지나쳤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노숙인이 심정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책임자를 찾습니다. 그 책임자로 낙점된 사람이 태오입니다. 시민의 연락을 제일 먼저 받았는데도 미흡한 조치를 했다고 성토합니다. 자신이 그냥 지나친 한 사람일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K선과 B선은 CCTV를 촘촘히 설치하여 사각지대의 비율을 낮추었다고 홍보합니다. 하지만 CCTV에게 K선과 B선은 촬영해야 하는 대상일 뿐입니다. 촬영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화면을 남길 따름입니다. 게다가 CCTV가 촬영하지 못하는 구역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K선과 B선의 노숙인 문제를 인지하고, 언급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했을까요?

 

인간과 자동화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인간은 24시간 활동하지 못합니다. 대신 인간은 CCTV를 활용합니다. 24시간을 기록합니다. 인간은 CCTV의 화면 데이터를 인간이 분석합니다. 미심쩍은 사항이 있다면 직접 가서 살펴봅니다. 문제 예방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현장에 보낼 인간이 있어야 합니다. 신속한 문제 처리입니다. 자동화 시스템과 인간이 같이 선한 방향을 바라볼 때 비로소 효율이 높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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