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여러분이 AI에게 질문합니다. 그 결과를 보고 의문을 가지거나 다른 방법으로 재조사를 한 적 있나요? 여러 결과를 종합해서 정리하고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나요? 물론 어떤 사항에 대한 콘텐츠를 읽으며 사고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확인하고 싶은 콘텐츠도 많습니다. 당연히 요약본에 손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선택은 정보를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으므로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인간 특유의 ‘사고 과정’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할 필요는 있습니다.
저자는 시험으로는 실제로 해당 분야에 정통해 별도의 준비 없이도 합격한 사람의 수준을 가려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시험은 정해진 범위 안에서의 사고만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9쪽) 확실히 그렇습니다. 시험은 범위가 있습니다. 그 범위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패턴에 맞춘 문제풀이와 암기력으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삶은 범위도 패턴도 없습니다. 100년 1000년 10000년 단위로 생각하면 패턴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은 그보다 짧습니다. 휙휙 바뀌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배움을 손에서 놓을 수 없습니다.
이는 세상 모든 이의 공통점입니다. 모든 세대는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의 변화가 자신이 겪은 변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느낍니다. 변화를 이끌던 사람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 상황을 ‘세상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로 달랩니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을 여러분은 어떨 때 사용하나요? 혹시 자신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새로운 지식과 지혜와 마주할 때 사용하지 않나요? 굳이 새로운 분야까지 알 필요는 없다며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런 분이야말로 <독학이라는 세계>를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독학은 성적을 위한, 자격증을 위한, 승진을 위한 결과를 얻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많은 어른이 의문을 품는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43쪽) 의문이 생기지 않으니 독학을 해야 할 필요성도 없지요. 그저 세상의 흐름에, 권력자가 만든 흐름에, 디지털 세상이 만든 흐름에 몸을 맡기며 흘러갑니다. 당연히 다른 동물과 비교되는 인간만의 특징 스스로 생각하고 지금까지 없던 견해나 추론을 만들어내는 능력(26쪽)을 잃는 셈입니다. 즉, 저자는 거대한 흐름을 그냥 순응하는 태도를 걱정하는 셈입니다. 아무리 흐름이 거대해도 그 흐름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합니다. 여러 지식과 정보를 접해야 합니다. 이 흐름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할지 사고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래 세워둔 기준이 거대한 흐름이 요구하는 대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기준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이유에 사고 과정이 없다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외주화한 셈입니다.
저자는 명저의 내용을 처음부터 덮어놓고 맹신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유명한 학자가 제시한 이론이 곧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171쪽) 또한 교양은 지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윤리적인 태도로 완성된다고도 말합니다.(120쪽) 이는 인간이 직접 명저에도 의문을 던져야 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AI의 결과를 무조건 믿는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사이트 검색 결과든, AI의 답변이든, 권위자의 말이든, 명저의 글이든, 인간의 글과 말이든 세상의 변화와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플랫폼에서 알아낸 결과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디지털이 쏟아내는 결과가 윤리적, 도덕적, 세계적, 사회적 선을 넘지 않는지 판단도 해야 합니다. 그 끝에 자신의 의견이 생깁니다. 이 과정이야말로 저자가 말하는 ‘독학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밟힙니다. AI에게 물으면 금방 답이 나오는 문제를 일부러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책을 읽고, 며칠이고 몇 주고 탐구해 볼 것을 권하는 책이다.(5-6쪽) 저자는 해당 분야에 정통하는 독학 방법을 이야기한다고 밝힙니다.(9쪽) 즉, 이 책은 암기를 잘 하는 방법, 문제를 빨리 푸는 방법, 지식을 쉽고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을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한 셈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의 주요 구성 중 일부는 독자에게 스스로 사고해 볼 기회를 줍니다. 주장을 펼친 뒤, 이런 글이 있다며 툭 내어줍니다. 그 글이 끝난 뒤에 자신의 생각을 기록합니다. 독자들이 글을 읽고 생각한 결과와 저자가 생각한 결과를 비교할 수 있는 셈이지요. 즉, 독자에게 참여를 유도하는 구성입니다. 독자는 자신이 체득한 지식에 따라서 저자와 다른 견해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그냥 책을 덮지 않고 저자는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의문을 지닌다면 당신은 저자가 말하는 독학의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제 독학의 세계에 들어가 봅시다. 자료를 찾아보고 읽으며 종합하여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 보세요. <독학이라는 세계>를 디딤돌로 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