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고작 계절
김서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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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적극적이다. 이 말을 듣고 여러분은 어떤 특징을 떠올리셨나요?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주위에 물어보며 스스로 해결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다. 이외에도 여러 특징이 있겠지요. 그래도 학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위에서 언급한 사항이 주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니를 보면서 적극적이어 보이는 학생의 이면을 본 기분이 듭니다.

 

IMF 시기, 제니 가족은 미국으로 떠납니다. 제니 가족은 낯선 언어, 낯선 문화, 낯선 사람 사이에 툭 떨어집니다. 제니 가족의 생활은 한국보다 미국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제니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서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제니는 학생입니다. 제니가 살아남아야 할 장소는 학교입니다. 학생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들은 동양인 학생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그 시선을 극복하려고 제니는 노력합니다. 미국 학생에게 친숙하게 별칭을 만듭니다. 영어에 영어로 맞받아칩니다. 영어로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축구부에 들어서 운동을 잘하는 멋진 동양인으로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이 정도면 제니는 꽤 적극적 성격입니다. 미국 학교를 다니는 동양인 학생이 아니라 미국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되려고 노력한 셈입니다. 이 과정을 단순히 적응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이게 나야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잃는 건 아닐까요?

 

자신을 뜯어고치는 제니 앞에 한나가 나타납니다. 한나는 다른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다르게 발음할 때마다 정정합니다. “해나가 아니야. 한나야.” 어설픈 영어로 한나가 매번 이름을 정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니의 생각처럼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서일까요? 만약 한나가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 싶었다면, 어떤 모습을 지키고 싶었을까요? 어쩌면 자신의 불행에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제니의 관찰에 따르면 한나는 영어 실력이 낮습니다. 교우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물건을 잘 잃어버립니다. 장소와 시간을 랜덤으로 자주 웁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한나는 혼나거나 괴롭힘을 당할 때는 울지 않습니다. 제니와 대화를 나눌 때도 한나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어.’ ‘나도 잘 하고 싶어같은 말을 합니다. 한나는 자신이 놓인 상황이 제3의 시선으로 봤을 때 불행임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나는 그 불행 속에서 버티고 있고, 직접적 불행 앞에 울지 않는 모습이 의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힘들어도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매번 자기 이름의 발음을 정정하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제니는 한나를 바라보며 억울한 감정을 느낍니다. 제니는 자신을 뜯어고쳤기 때문입니다.(81) 제니는 한국에서 생긴 자신의 모습 중 유일하게 운동하는 모습을 지킵니다. 그 외는 전부 환경에 맞게 바꿉니다. 그런데 한나는 자신의 모습을 전부 유지하며 살아남으려고 합니다. 제니는 한나의 그런 모습에 짜증을 느낍니다. 그러나 말미에는 한나를 두고 내가 너나 걔네를 위해 한나랑 절교하는 일은 없어. 너희들이 한나를 받아들이게 만들 거야.’(238)라고 말합니다. 제니는 한나는 자신이 포기했던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한나를 보며 제니는 자신의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공간과 사람을 갈구하는 자신을 느낍니다. 그러나 제니는 이미 자신을 뜯어고쳤으므로, 한나를 통해 자신의 이상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제니와 한나의 대비. 이 대비는 적응을 적극적 노력 이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 자신이 놓인 상황과 맡은 역할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놓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 자신의 본모습을 바꿔야 하는 셈입니다. 이 지점을 제니라면 수용하고, 한나라면 망설이겠지요. 우리는 제니와 한나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당신의 저울추는 어디로 기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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