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하는 존재
뤼카스 레이네벌트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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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한 마디로 축약하면 폭력적인 모노드라마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화자의 감정, 화자가 상상해 보는 의 일상, 화자가 추측해 보는 의 생각과 마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마음이 왜 폭력이냐고요? 화자와 의 관계를 대등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화자는 수의사입니다. 이미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아내가 있고 자녀가 있습니다. 연령대가 높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선을 지키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어른입니다. 그에 반해 는 어린아이입니다. 선에 대해 배우고, 감정에 대해 배우는 중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정의하는 방식과 방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과 감정을 정의조차 못하는 사람이 서로 대등하게 가장 사랑하는 존재로 인식할 수는 없습니다.

 

화자는 수의사입니다. 수많은 동물을 돌봅니다. 동물의 상태를 살핍니다. 동물의 욕구를 조정합니다. 동물과 사람의 욕구 차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화자는 자신이 에게 느끼는 감정이 선을 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언행에 대한 의 감정을, 생각을 추측합니다. 마치 가 화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고 기정사실화합니다. 추측도 아닙니다. 화자 혼자서 펼치는 모노드라마입니다. 모노드라마에서 가 직접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는 단서는 없습니다. ‘는 철저히 화자의 모노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모노드라마는 화자가 에게 휘두르는 폭력입니다. 화자는 그 폭력을 현실에서 휘두릅니다. 독자가 이런 감정선을 감당해야 하는지 의문을 들게 만듭니다.

 

그런데도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의 문체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쉼표로 문장이 줄줄이 엮여 있습니다. 긴 호흡으로 감정선을 이어나갑니다. 화자의 광기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짧은 호흡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 호흡을 선사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읽으려는 이에게 다른 형사 소설을 많이 읽은 뒤 읽기를 추천합니다. 보통 형사 소설에는 피해자, 범죄자, 형사가 등장합니다. 형사는 범죄자가 숨긴 증거를 쫒아 범죄자를 밝혀냄으로서 피해자를 구제합니다. 형사 소설은 대체로 이 패턴을 따릅니다. 물론 형사가 범죄자와 연결되어 있거나 범죄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진실이 밝혀지고 처벌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런 형사 소설은 범죄자의 심리를 단편적으로 다룹니다. 형사 소설을 통해서 수의사 같은 감정선을 지닌 사람은 처벌 받아야 한다는 선을 세운 뒤 읽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가장 사랑하는 존재> 같은 범죄자의 심리를 세밀하게, 심지어 미학적 문체로 표현한 작품을 읽으면, 범죄자인 수의사의 심리에 끌려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 속 수의사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끝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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