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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평점 :
법이 있습니다. 도덕이 있습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이의 일상을 무너뜨립니다.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가면 죄인은 또 같은 짓을 저지를 확률이 높습니다. 모방 범죄가 발생할 확률도 높습니다. 사람들은 두려운 일상을 보낼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형사입니다.
형사는 누군가를 용의자로 볼 수 있는 권력을 지녔습니다. 형사로서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수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권력을 지닌 인물이 인우입니다. 인우는 어린 시절부터 용의자로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용의자를 추적하지 않습니다. 용의자와 친밀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서먹한 관계이지만 용의자와 함께 보냈던 시간이 인우의 발목을 잡습니다.
형사로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죄, 용의자의 죄를 가리는 죄를 저지르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인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형사로서 용의자를 법률로 잡아야 할까요? 아니면 사람 대 사람으로 용의자가 스스로 고백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할까요?
어떤 선택을 해도 인우는 괴롭겠지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에 딱 맞는 상황입니다. 사건의 범인을 체포했다는 명예, 일반인을 용의자로 정할 수 있는 권력. 이 두 가지를 올바르게 실행하기 위한 책임과 고뇌. 인우가 그 무게를 절대 내려놓을 수 없게 하는 진실. 그 진실 앞에서 인우가 어떤 방법으로 용의자를 대해야 하는지 독자는 다시 생각합니다. 인우는 형사로서 용의자를 법률로 잡아야 할까요? 아니면 사람 대 사람으로 용의자가 스스로 고백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할까요?
법률로 다스려야 합니다. 용의자가 인우의 설득 끝에 죄를 고백했다고 생각해 볼까요? 죄의 경감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 용의자의 언행을 신뢰할 근거는 어디에 있나요? 인우의 설득을 핑계로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척’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경우 용의자는 인우를 이용하는 셈입니다. 따라서 인우는 증거를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해야 합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합니다. 법률이 범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진실을 알게 된 인우는 그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피해자와 용의자의 관계가 얽히고설킬수록 죄의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사적 감정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형성한 법률과 도덕을 지키려는 노력이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끼게 합니다. <매듭의 끝>은 이 노력의 과정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독자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 묻습니다. 우리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자,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