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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붕괴
해도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평점 :
이 책은 SF소설집입니다. 각 작품에는 낯선 용어와 세계관이 존재합니다. 참 희한하게도 두 가지를 이해하지 못해도 술술 읽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자가 친절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대화, 등장인물의 생각 속에 힌트를 넣어 놓았습니다.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 같습니다. 독자들이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는 요소인 셈이지요. 6편의 작품 중 가장 친절한 작품은 ‘콜러스 신드롬’입니다. 이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재호는 자신의 삶을 여러 번 되풀이합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서 삶을 반복합니다. 그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과의 관계는 겪어야만 하는 미션에 불과합니다. 목표는 ‘클로스 신드롬’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 ‘클로스 신드롬’은 지능 발달이 느리고 정신적 충격에 약한 증상을 말합니다.(198쪽) 클로스 신드롬에 걸린 사람은 지능 발달이 느린 만큼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위험의 낌새를 알아차려서 예방하거나 대응할 방법도 인지하지 못합니다. 즉,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능력이 부족한 셈입니다.
클로스 신드롬에 걸린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안전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같이 위험을 감지하고 감당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환경은 시시각각 변합니다. 어떤 위험 앞에서는 같이 있는 사람도 약한 존재가 됩니다. 약한 존재끼리 모인 집단은 이성적으로 사고할 방법을 잃고 맙니다. 문득 붙잡을 제도가 없어서, 필요한 제도가 존재하지 않아서 사라지는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눈앞에 닥친 위험을 처리하느라 뒤에 이어질 위험의 싹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 ‘콜러스 신드롬’에 내몰린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우리는 손을 뻗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