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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 - 읽지 않는 시대에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데이원 / 2024년 8월
평점 :
이 책은 ‘공적인’ 글을 쓰는 방법을 설명합니다.(82쪽) 논문, 비평, 서평, 보고서 같은 장르를 뜻합니다. 이런 글은 대체로 분량과 독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내용’의 완성도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정해진 분량 안에서 내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그 방법을 전달합니다.
이 책에서 제가 발견한 글쓰기 스킬은 ‘개요 짜기’입니다. 저자는 글쓰기 준비에 공을 들여 설명합니다. 일단 3가지 키워드를 설정합니다. 각각의 키워드를 연결하는 지점을 찾습니다. 그를 토대로 개요를 작성합니다. 개요는 대주제, 소주제, 주제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루어집니다. 개요만 보아도 주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글의 설계도입니다. 설계도가 있기 때문에 논리가 탄탄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 ‘개요를 반박해 보기’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만을 활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쓴 글을 며칠 뒤에 읽으면 어떨까요? 논리 체계의 허점이 보입니다. 주장과 근거의 연관성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을 먼저 내리고 근거를 끼우는 오류도 보입니다. 이 사항들을 근거로 반박하는 개요를 작성합니다. 반박문에서는 자신의 주장과 정반대의 내용을 다루게 되겠지요.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그릴 토대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균형 잡힌 개요를 짤 수 있습니다. 시간은 걸리지만 포용하는 글을 쓸 토대를 마련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다른 시각에서 반박하려면, 다른 시각의 주장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다른 이들의 글을 읽어야 합니다. 다른 이가 쓴 글을 읽으며 그 글의 개요를 직접 작성해 봅니다. 자신의 개요와 비교합니다. 상대의 논리는 탄탄한가. 자신의 논리와 같은 지점이 있는가. 자신의 허점을 메워주며 협력할 여지가 있는가. 이런 사항이 한눈에 쉽게 들어옵니다. 글 자체를 한 권의 노트로 활용하는 방법도 같이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여,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지요.
지금까지 글쓰기 준비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자, 이제 글을 써 볼까요? 제가 발견한 방법은 ‘일기’입니다. 일기에는 어떤 내용을 적을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관계와 상황에 따라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힘’이라고 표현합니다.(243쪽) 일기 형식으로 그 힘을 드러낸다면 일종의 글쓰기 연습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일기는 사적인 글입니다. 의식에 흐름에 따라 마구 적을 확률이 높습니다. 자신의 일기를 토대로 개요를 짭니다. 다수에게 공개해도 좋은 공적인 글로 바꿔 씁니다. 이 또한 글쓰기 트레이닝 방법이 됩니다.
이 감상문을 ‘개요 짜기’, ‘독서법’, ‘일기’ 이 세 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글을 썼습니다. 이어지는 듯하면서도 어색한 부분이 군데군데 남아 있습니다. 이것을 하나하나의 키 콘셉트에 그만큼 오리지널리티가 없어도 연결 형태에 드러나는 독창성이라고 표현합니다.(168쪽) 여러분은 이 글에서 어떤 독창성을 찾을 수 있었나요? 저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뻔한 소리를 적으면서 독창성을 갖춘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