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별처럼
나기라 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분은 취미가 있나요? 어떤 마음으로 취미를 시작했나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을 몰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드러낼 수 없는 내면을 취미로 풀어냅니다. 축적된 분노, 각인된 트라우마, 되살아나는 슬픔 등을 구체화합니다. 취미가 비상구 역할을 해 주는 셈입니다.

 

그런데 아케미와 카이처럼 관계를 비상구라면 어떨까요? 학생 시절, 두 사람의 환경은 비슷합니다. 과업도 비슷합니다.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메워주는 관계를 형성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합니다. 과업이 달라집니다. 사고방식이 달라집니다. 다방면으로 차이가 생깁니다. 몰입이 깨집니다. 관계가 비상구 역할을 잃습니다. 출구를 찾지 못하는 내면에 관계에서 오는 불안한 감정이 더해집니다. 내면은 카오스가 됩니다.

 

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사람이 함께 비상구를 정비해야 합니다. 상대와 대화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해 줄 수 있는 것과 해 줄 수 없는 것의 경계를 알아야 합니다. 어느 한 쪽에 기대어 관계가 유지된다면, 한 쪽이 무거운 시소처럼 움직이지 못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택할 수 없습니다. 삶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게를 비슷하게 해야 합니다. 비상구를 유지할지 말지 시소를 탄 이들이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겁이 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내면을 감싸주던 비상구를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저자는 아케미와 카이가 느낀 두려움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합니다. 독자도 이 대목을 읽으며 몰입하겠지요. 관계 속에서 느꼈던 감정을 대변해 주니까요.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관계를 유지하려고 억지로 유지한다는 말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일방적으로 맞추어 주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한 쪽이 무너지고, 한 쪽은 부담을 느낍니다. 당연히 틈이 생깁니다. 틈을 메울 기력은 이미 동난 상태입니다. 함께 했던 시간이 바래지기 전에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소리를 내어 대화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라는 도구가 있으니까요. 글을 통해 마음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쏟을 마음이 더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쪽이라도 마음이 다 소진됐다면 관계에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한 때 비상구였던 사람이, 훗날 다른 비상구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 희망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여러분도 기억 속에서 비상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