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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7월
평점 :
하쿠로는 동물병원에서 일합니다. 어느 날, 동물병원에 가에데라는 여성이 옵니다. 가에데는 자신을 동생 아키토의 부인이라고 말하며, 실종된 아키토를 찾기 위해서 일본에 왔다고 말합니다.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으니 도와달라고 말합니다. 가에데의 끈질긴 설득 끝에 연을 끊고 살아온 본가에 가에데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같이 본가를 방문하기로 합니다. 동생을 찾기 위한 일이니 딱 한 번 도와주겠다는 선의로. 선의는 새로운 문제와 맞닥뜨리며 하쿠로가 가에데와 같이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제공합니다.
하쿠로가 학생이었을 때, 어머니 데이코가 야스하루와 재혼한 일을 “더 이상 헤어나올 수 없는 레일 위에 올라탄 것이나 다름없다”고(38쪽) 표현합니다. 하쿠로는 이 감정을 가에데와 만났을 때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쿠로는 혼자서 움직이려는 가에데와 동행할지 말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여러 번 맞이합니다. 초반에는 병원에서 일하는 선택을 하지만, 후반에는 가에데와 동행하는 선택을 합니다. 하쿠로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가에데의 언행에 일희일비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에데가 미리 깔아놓은 레일 위에서 흔들리던 하쿠로가 레일 위를 나아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하쿠로와 비슷한 상황에 놓일 때가 많습니다. 맨 처음 레일 위에 오를 때 지녔던 의도. 그 의도를 바꾸지 않고 끝까지 관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레일을 타고 가다 보면 많은 것이 가치관이 바뀝니다. 인간관계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합니다. 레일을 가로막는 문제와 직면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는 레일 위를 계속 나아갈지 내려올지 망설이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선택지를 만들고야 맙니다. 바로 의도를 수정하고 보완한다는 선택지입니다.
레일을 타고 나아가다 보면 자신도 환경도 변화합니다.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경험이 축적됩니다. 맨 처음 다짐했던 의도에서 바꿀 부분이 보입니다. 나름대로 의도를 수정하고 보완하며 레일 위를 나아갑니다. 맨 처음 의도와는 다른 의도를 지닌 셈입니다. 같은 레일 위를 나아가지만 의도의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레일 위를 내려오는 선택지를 골랐다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바뀐 의도와 일치하는 다른 레일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우리는 방황한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릅니다.
방황하는 시간을 쓸 데 없는 시간으로 취급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의도를 다듬어서 다시 나아갈 레일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선택한 레일이 이미 누군가가 나아간 레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그 레일을 타고 나아가며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가며 전혀 다른 레일로 만들어 갈 테니까요. 지금 여러분은 어떤 레일을 만들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