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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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에 걸렸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뜻밖의 일이 벌어져서 무엇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를 겪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 우리는 뜻밖의 일에 몰두하느라 주위를 의식하지 못합니다. 이 상태를 우리는 집중력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마냥 집중력이 좋다고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요? 다른 일들까지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뇌에 여유가 없다는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뇌는 과부하를 극복하려고 어떻게 할까요? <라플라스의 마녀>(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를 읽고 지닌 의문입니다. 이 의문을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가 다소 해소해 주었습니다.

 

저자는 움직임과 그 신호의 상관관계가 일관되게 유지되기만 한다면, 뇌는 우리가 시각이라고 부르는 그 직접적인 지각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63) 뇌는 반복을 통해서 패턴을 형성한다는 뜻입니다. 뇌는 패턴을 저장해 두고 감각이 느끼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패턴과 일치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패닉(뇌의 과부하)이 발생합니다. 과부하를 해결하는 방법은 기존의 패턴에 상황을 맞추거나 새 패턴을 형성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뇌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뇌는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는 방법을 고른다고 합니다. (81) 전자를 고를 확률이 높겠지요.

 

직장에서 업무를 배우는 과정을 떠올려 볼까요? 업무를 처음 맡을 때는 그 업무 이외에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업무를 반복하면서 익숙해지고 나서야 주위가 보입니다. 뇌가 패턴을 익혔다는 뜻입니다. 만일 패턴을 적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그 상황에 매달립니다. 자신이 아는 방법을 다 해 봅니다. 그래도 안 될 때서야 비로소 다른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문제를 해결한 새 방법을 숙지할 때까지 반복합니다. 뇌의 패턴 형성 과정과 유사하지 않나요?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반복 > 패턴 형성 > 예상 밖의 상황 > 패닉 > 기존 방식 처리 > 새 방식 처리 > 생 방식 습득 > 반복

 

뇌는 위의 도식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기존의 패턴을 기억하고 실천합니다. 설령 사소한 변화라고 해도 새롭게 패턴화하고 저장합니다. 사람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반복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뇌의 패턴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하루하루를 똑같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은 곧, 우리는 이미 일상을 위해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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