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춤을 추자 위픽
서이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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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몰두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경제적, 시간적 조건이 최상의 상태일 때 하고 싶은 무엇. 그 무엇이야말로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 무엇에 몰두하는 자신의 모습. 타인이 자신을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자신. 늘 꿈꾸는 생활입니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서는 시간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써야 합니다. 이 환경은 하고 싶은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일에 시간을 쏟아 붓게 만듭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과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사람. 쓰고 보니 사람을 수식하는 문장이 기네요. 언어로 표현할 때 불편합니다. 효율적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습니다. 그렇게 어떠어떠한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탄생합니다. 대명사는 사람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 드러냅니다. 선생님이라면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 소설가라면 이야기를 쓰는 사람.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디테일이 다릅니다. 선생님이라면 가르치는 이유, 가르치는 방식이 다릅니다. 선생님이라는 대명사로 총칭되더라도, 각자 고유하게 지니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는 모든 대명사에 해당하는 현상입니다. 사회는 고유한 성질을 무시하고 총칭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관리하기 쉬울 테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고유한 성질을 덮을 수 없습니다.

 

소설 속은 등장인물들을 볼까요? 그들은 고유명사로 존재하기를 열망하다 사회 속에서 맡은 역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아닐까요? , 더 이상 사회에 그들을 총칭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제외되는 사람들 아닐까요? 사회에서 사람으로서 맡아야 하는 역할을 모두 거부하고 한 가지 고유명사에 몰두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입니다. 추리소설만 읽는 사람, 연애소설만 읽는 사람, 시만 읽는 사람, 라이트 소설만 읽는 사람…….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야 하는 사회에서 어떤 한 가지 장르만 읽는, 고유한 존재이기를 바라는 사람들. 이곳에서는 시집을 마음껏 읽어도 좋다고(38) 말해주는 다른 고유한 사람이 존재하는 곳. 마음 놓고 마음껏 자신의 고유성을 추구해도 되는 세상. 이런 세상은 모든 사람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되어야 가능한 세상입니다. 생계유지의 위협이 없어야 다른 사람을 고유하게 바라볼 여유가 생길 테니까요.

 

이 여유 넘치는 세상을 저자는 펍으로 그려냅니다. 펍에는 고유명사를 추구하는 이로 가득합니다. 우연히 들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먼저 펍을 찾았던 이가 고유명사를 추구하는 다른 이를 데려옵니다. 고유명사를 추구하는 이들로만 구성됩니다. 각자 추구하는 디테일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명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대명사에 해당되지 않아서 역할이 없는 고유명사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고유명사들의 펍. 고유명사가 서로 목격해서 대명사에 묻히는 고유명사가 없는 펍. 세상이 고유명사를 밀어내지 않는 폅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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