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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을 팝니다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하는가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이승연 옮김 / 사월의책 / 2024년 11월
평점 :
<정신병을 팝니다>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판다’라는 행위에는 이익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시스템 속에서 정신병을 팔아서 이익을 보는 걸까요? 생각해 보면 요즘처럼 교양 심리학 도서가 활발하게 출간되는 시대는 없습니다. 특히, 뇌 과학과 연관을 짓는 도서가 많습니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에 따라 마음 상태가 바뀐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책에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할 수 있는 약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현 시대는 마음의 문제를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과연 마음의 문제를 개인에게만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개인을 둘러싼 환경에는 문제가 없는 걸까요? <정신병을 팝니다>는 현 시대에 팽배한 물질주의가 사람의 마음의 상품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물질주의는 개인의 환경을 꾸준히 상품화했습니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취미의 영역까지 상품화했습니다. 책을 읽으려면 책을 구입해야 하고, 일기를 쓰려면 문구를 구입해야 하고, 연극을 보려면 관람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마음의 부정적 요소를 해소하려는 취미는 소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인의 환경이 물질주의를 기반으로 성립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유일하게 물질주의가 상품화하지 못한 영역이 마음 건강입니다. 마음은 형태가 없습니다. 사회적 교류를 통해 저절로 나아질 수 있습니다. 약물의 효과를 입증할 데이터가 없습니다. 마음은 물질주의가 상품화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뀝니다. 기술이 발달하여 감정 변화에 따른 뇌의 변화를 스캔할 수 있습니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와 역할을 파악하게 됩니다. 기술의 발전은 마음을 상품화할 기회를 제공한 셈입니다.
마음도 신체처럼 약물을 복용하면 회복된다는 논리를 구축하려고 많은 집단에서 노력합니다.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연구에 거대 자본이 투입됩니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연구에도 투입됩니다. 거대 자본은 위의 연구를 토대를 약물을 팔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냅니다. 문제라면 약물을 팔려면 처방전이 필요하지요. 거대 자본은 약을 처방할 수 있는 권위자가 필요했고, 그 권위자는 병원입니다. 병원 역시 신체적 건강 이외에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생깁니다. 거대 자본과 병원은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질주의는 병원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신설하게 하고, 사람들이 마음 건강을 위한 약물 복용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온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자본을 회수하기 위해 마음의 문제를 진단하는 폭은 넓어지고,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사람들은 원래 지니고 있던 자정작용을 잃게 되고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정신병을 팝니다>는 이 시스템 속에서 어떤 주체가 이익을 보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사회적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줍니다. 마음 건강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도 일목요연합니다.
물론 병원에 가서 약물을 처방을 받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병원은 마지막 보루로서 필요한 곳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교류를 통해서 균형 잡힌 마음을 지닐 수 있다고 합니다. 마음의 진동 폭이 작을 때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저의 진통 폭이 클 때는 자정작용이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을 하는 자체가 환경 변화이기 때문에 심리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습니다. 다만, 다시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정작용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