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작성 최소원칙 - 보고서 기획서 제안서 글쓰기, 개정증보판 최소원칙 시리즈
정경수 지음 / 큰그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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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이 책이 노리는 독자층을 알 수 있습니다. 문서를 처음 작성하는 독자에게 기본을 알려주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 이상한 독자가 있습니다. 자필로 기록을 남기는 걸 좋아하는 독자입니다. 자필로 글을 쓰다 보니 문제가 생깁니다. 완성된 기록을 보면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글을 막 썼을 때는 바로 압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떨까요? 아마 어렵겠지요. 그렇다면 간결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그 때, 비즈니스 문서를 떠올립니다. 간결하게 주제를 정확히 전달하는 글쓰기. 비즈니스 문서입니다. 개인 기록을 위해 이 책을 읽는 이상한 독자는 어떻게 읽었을까요?

 

비즈니스 문서는 의견을 먼저 제시하고, 의견을 지탱하는 자료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마지막에는 의견을 다시 강조하면서 마무리합니다. 문서의 종류에 따라서 디테일 요소가 다르기는 하지만,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파트는 어떤 부분일까요? 제 생각에는 근거 제시 파트입니다.

 

근거 제시 파트는 크게 자료 수집, 선별, 재가공 과정을 거칩니다.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기는 쉽습니다. 온라인 검색을 하면 됩니다. 검색 결과가 주르륵 나옵니다. 그 결과를 전부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근거는 정확성, 전문성, 객관성, 출처의 신뢰성 등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검색 결과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를 선별해야 하는 셈입니다. 선별해서 자료를 고르는 단계가 끝이 아닙니다. 선별한 자료를 재가공하는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글로 전달할 것인가. 그래프나 그림으로 전달할 것인가. 어떤 순서로 나열해야 효과적인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이 과정을 문서를 쓸 때마다 반복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른 업무도 같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번거롭기 짝이 없습니다.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평소에 자료를 수집하고 선별해 놓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자도 자료 관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 속에서 최신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방법까지 놓치지 않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한 가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제텔카스텐. 메모를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직접 쓴 글만이 메모가 아닙니다.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려고 모아둔 자료 역시 메모입니다. 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의견에 어울리도록 자료를 더하거나 빼는 과정을 거칩니다. , 비즈니스 문서 역시 제텔카스텐을 기반을 두고 작성되는 셈입니다. 제텔카스텐이 정교할수록 근거는 탄탄해지고, 구성은 간결해집니다. 간결한 글쓰기 비법을 배우고자 했던 독자는 정교한 제텔카스텐 구축의 필요성을 깨닫고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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